임채진 검찰총장 내정…靑 “대가 너무 세서” 한때 낙점 고심

鄭총장 “조직 장악력 중요” 강력 추천

임채진(55·사법시험 19회) 법무연수원장이 10일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검찰 내에서는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한편에서는 대선을 코앞에 둔 11월 하순 검찰 수뇌부 교체에 따른 후속 인사의 폭을 놓고 성급한 전망까지 나돌았다.

▽“정치권 외풍 막아줄 것”=당초 유력하던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 카드는 검토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암초에 걸렸다.

안 지검장이 사법연수원생 신분으로 방위병 복무를 한 것이 당시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청와대는 여론이 군 복무에 유독 민감한 만큼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50%를 웃돌고 있는 국정 지지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론을 의식했음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당초 임 원장에 대해 ‘대가 세다’ ‘코드가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고심했으나 정상명 검찰총장이 “검찰총장 인선은 조직 장악력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임 원장을 강력하게 천거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도 정 총장을 지원했다는 후문이 있다.

청와대가 껄끄럽게 여길 만큼 임 원장은 목소리를 분명히 내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때 여권의 공직부패수사처 신설 요구에 “옷을 벗는 한이 있어도 못 받아들인다”고 강하게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장 때는 수뢰 혐의로 조사하던 기업인을 탈세 등 다른 혐의로 압박하는 수사 방식을 “비겁한 짓”이라고 꾸짖기도 했다.

▽후속 인사는 안개 속=한나라당이 단단히 벼르고 있어 임 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별한 결격 사유는 없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임 원장이 총장으로 임명되면 관행에 따라 선배인 사시 18회 정동기 대검찰청 차장과 홍경식 서울고검장은 퇴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와 동기인 사시 19회의 거취에 대한 예상은 엇갈린다. 동기는 안 지검장과 정진호 법무부 차관, 박상길 부산고검장, 강충식 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장, 조승식 대검 형사부장, 권태호 서울고검 검사 등 7명이다.

동기 중 총장이 나오면 옷을 벗는 것이 검찰의 관례였지만 19회 중 대부분은 당분간 검찰에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상명 총장이 취임한 뒤 동기인 임승관 전 대검 차장, 이종백 전 서울고검장이 함께 근무한 선례도 있는 데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아 사시 19회의 거취는 새 정권 이후에 결정해도 된다는 것이 그 근거다.

사시 18회가 물러나는 선에서 ‘용퇴’가 정리되면 대검 차장 인사만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안 지검장 등 19회 중 일부가 물러난다면 고위 검사에 대한 연쇄 인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새 총장 취임식 다음 날인 11월 27일부터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검사장 이상 고위 검사에 대한 인사는 최소한의 선으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검찰 내의 중론이다.

한편 임 원장이 임기를 지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노 대통령 취임 직후 물러난 김각영 전 총장처럼 정권 말에 임명된 총장들이 단명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임 원장이 정치권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을 강조해 왔고 검찰 내의 신망도 두터운 편이어서 2년의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