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전자전 훈련장비, 北미사일 대비한 훈련엔 무용지물

  • 입력 2007년 10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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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KT-1 기본훈련기와 차기 전차를 수출하는 조건으로 터키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공군 전투기용 전자전 훈련장비(EWTS)가 북한의 위협 실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기종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입수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5월 공군의 공대지(空對地) 전자전 훈련장비 도입 사업에 터키 업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의정서를 터키 정부와 체결했다.

그러나 이 장비로는 아군 전투기가 북한 내 주요 전략시설에 집중 배치된 지대공미사일 가운데 SA-3(저고도용) 미사일을 제외한 나머지 미사일의 위협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할 수 없다는 것.

북한은 SA-3 미사일 130여 기 외에 SA-2(중고도용) 미사일 760여 기, SA-5(고고도용) 미사일 40여 기 등 총 930여 기의 지대공(地對空)미사일을 주요 시설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비는 유사 시 아군 전투기가 북한 내 주요 목표물을 타격하는 과정에서 기체에 탑재된 레이더 전파방해장비가 북한군의 지대공 미사일과 대공포의 레이더 신호를 제대로 교란하는지를 확인하고 그 절차를 숙달하는 훈련을 하기 위한 핵심 장비다.

또 터키제 훈련장비는 북한의 주력 대공포인 23mm 고사포의 추적레이더와 주파수 대역이 다른 레이더 장치가 포함됐고, 북한이 보유하지 않은 SA-6, SA-8 미사일의 위협 상황을 구현하도록 돼 있어 공군의 훈련 목적과 맞지 않는 기종이라고 송 의원은 주장했다.

국방부는 8월 초 KT-1 기본훈련기와 차기 전차의 도입을 결정한 터키 정부와 방산협력 차원에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1100억 원을 투입해 터키 업체의 전자전 훈련장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송 의원은 “예산과 도입방식 문제로 10년을 끌어 온 전자전 훈련장비 사업이 북한의 방공망 위협을 구현할 수 없는 기종으로 결정되면 공군 전술훈련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방위사업청이 훈련 목적을 충족할 수 없는 고가 장비의 도입을 강행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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