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엔 두손 맞잡고… 2007년엔 한손 내밀어…

입력 2007-10-03 02:58수정 2009-09-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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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다른 풍경
2일 북한 평양의 4·25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악수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위). 김 국방위원장은 7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났을 때 환한 미소로 두 손을 열렬히 맞잡던 것(아래)과 달리 가벼운 미소를 띤 채 의례적인 악수를 나눴다. 평양=연합뉴스·동아일보 자료 사진
■ 김정일의 영접-악수, 7년 전과 미묘한 차이

《7년 전인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그랬던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7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사전 예고 없이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맞았다. 2일 공식 환영식이 열린 평양 모란봉구역 ‘4·25문화회관’ 광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의 옷차림도 7년 전 순안공항에 등장할 때 입었던 것과 같은 황색 인민복이었다. 평양 시내 전역이 환영 인파로 뒤덮였고 당(黨)-정(政)-군(軍) 주요 간부들이 이른바 ‘1호 행사’에 모두 도열했으며 3군 의장대를 사열했다는 점도 2000년 정상회담 때와 다를 바 없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영접시간은 12분, 7년 전 순안공항 영접시간은 13분으로 엇비슷했다.》

○형식상 최고의 예우, 실질은…

하지만 7년 전에 보여 줬던 김 위원장의 ‘열렬함’은 찾기 어려웠다.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순안공항에서 영접할 때 환한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열정적으로 맞잡았고 떠날 때에는 뜨겁게 포옹했던 것과 달리 노 대통령에게는 가벼운 미소에 실무적인 악수만 건넸을 뿐이다.

손님을 맞는 ‘적극성’도 없어 보였다. 7년 전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이 특별기 탑승구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는 자신에게 다가서자 서너 걸음을 걸어 나와 환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개차에서 내려 10m 정도를 걸어 다가오는 노 대통령을 비스듬한 자세로 바라볼 뿐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12분간 진행된 환영 행사에서 나눈 이야기라곤 “반갑습니다”라는 짤막한 인사말뿐이었다.

환영 행사는 그렇게 ‘의례적’으로 마무리됐고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별도의 차량을 타고 반대 방향으로 광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2000년 당시에는 평양 도착 직후부터 1시간 반 동안 김 대통령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순안공항 영접에 이어 김 대통령의 차에 동승하는 ‘파격’을 보인 김 위원장은 순안공항에서 숙소인 백화원초대소 영빈관에 이르기까지 40여 분간 ‘밀담’을 나눴다. 백화원에 도착해서는 즉각 접견실에서 27분간 ‘상봉’을 겸한 정상회담을 했다.

형식상 2000년 정상회담과 비슷한 ‘최고 수준’의 의전으로 노 대통령을 맞았지만 두 정상이 처음부터 ‘마음이 통하는’ 행사를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무표정한 김정일 위원장

오전 11시 57분경 색색의 한복을 입은 여성과 정장 차림의 남성 등 수천 명의 인파가 운집한 4·25문화회관 광장에 4대의 벤츠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광장은 “만세”를 연호하는 평양 시민들로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체적으로 노쇠한 모습이었지만 몸짓만큼은 당당했다. 어깨 너비 이상으로 다리를 크게 벌리고 서 있는 자세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을 환영할 ‘레드카펫’의 끝 쪽에 서서 뒷짐을 진 채 주위를 둘러보다가 측근들에게 손짓을 해 무엇인가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기를 5분가량. 마침내 노 대통령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탄 무개차가 4·25문화회관 광장에 도착했다. 두 정상은 “반갑습니다”라는 간략한 인사를 건네고 손을 서너 차례 흔들며 악수를 했다.

이어 두 정상은 ‘조선인민군가’의 군악에 맞춰 북한 3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조선인민군가는 ‘나가자 조선인민군 일당백 용맹을 떨치며 제국주의 침략자 모조리 때려부시자’는 가사가 후렴으로 반복된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때는 조선인민군가 외에도 ‘유격대행진곡’도 연주됐으나 이번엔 빠졌다.

유격대행진곡 가사도 ‘동무들아 준비하라 손에다 든 무장 제국주의 침략자를 때려부시고… 용진용진 나가세 용감스럽게 억천만 번 죽더라도 원수를 치자’는 내용이다.

이 노래는 3일 노 대통령이 관람할 예정인 집단체조극 ‘아리랑’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사열을 마친 노 대통령은 김영일 내각 총리,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 당-정-군 고위 간부 23명과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그때도 노 대통령의 뒤에서 조용히 지켜볼 뿐 때로는 굳은 표정이었다가 다시 무표정한 모습으로 바뀌는 등 밝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평양=공동취재단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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