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치 문제를 또…” 고민

  • 입력 2007년 9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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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5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하자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불과 석 달 보름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피고소인이 되는 사건은 사실상 처음인 데다가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이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고소인이 청와대라는 점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검찰 내에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고소 고발 사건을 처리하면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문제로 이 후보 측과 맞붙은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검찰이 정쟁의 한복판으로 떠밀려 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를 자꾸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검찰로 가져오는 것 같다”라며 “고소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서울중앙지검 신종대 2차장은 이날 “고소장을 접수하면 검토해 보고 어떻게 수사할지를 결정하겠다”라며 원칙적인 발언만 했다.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살 만한 말은 삼갔다.

하지만 청와대가 조만간 이 후보를 형사 고소하면 검찰은 △이 후보를 직접 소환 조사할지 △명예훼손 혐의로 이 후보나 한나라당 의원을 처벌할지 △수사결론은 언제 낼지 등을 놓고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 후보의 발언이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단순한 평가나 추측인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될 것”이라며 “여론의 추이도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설사 청와대의 고소가 있더라도 피고소인 측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하지 않고 정치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검찰이 대선 전에 수사 결과를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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