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세억]‘신뢰 펀더멘털’ 잃은 정부

  • 입력 2007년 8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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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가 견고해야 기업이든 경제든 튼실한 성장이 가능하다. 정부 역시 펀더멘털이 양호해야 신뢰가 쌓이고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책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신뢰자산은 거의 바닥 상태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신뢰점수는 10점 만점에 3.3점이다. 국정 지지도 역시 2003년 5월의 48.4%에서 올해 6월 21.4%로 떨어졌다.

정부 덩치는 커졌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공무원 수가 4만8499명 늘었고 씀씀이는 2002년 135조 원에서 2006년 224조 원으로 불었다. 이것도 모자란 듯 국가채무가 292조 원에 이른다.

규제건수는 2003년 7838건에서 2006년 9월 8038건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비대해진 정부가 오히려 효율적 정부니, 사상 최고의 정부니 하며 당당해한다. 정부의 펀더멘털 약화는 행정의 본질인 서비스의 기초가 미흡한 데서 비롯된다.

첫째, 서비스의 기본인 디테일(세부 사항)에 약하다. 정부 서비스는 국민 생명과 기업 활동에 직결되기에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다른 서비스와 달리 작은 결함과 사소한 부주의로 큰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 성과 관리는 물론 고객 관리를 위해 국민의 작은 소리에도 세심하게 응답하고 사소한 불편에도 꼼꼼히 배려해야 한다.

둘째, 서비스 중심에 고객인 국민이 없다. 정부는 거둔 것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많이 제공해야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다. 공직자는 공복(公僕)의 자세로 성심껏 국민에게 봉사해야 국민 마음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민심(民心) 읽기보다 윗사람 심기(心氣) 관리에 매달리는 관료, 기업하기 좋은 여건 만들기에 냉담한 규제기관의 안중에는 국민이 없다.

셋째, 서비스 핵심인 성과가 부족하다. 정부 서비스를 혁신하겠다는 소리는 요란한데 국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행정자치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2006년 4월)에 따르면 국민의 91.2%가 정부 혁신에 대해 잘 모르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이전과 차이를 못 느낀다고 대답했다.

정부는 이런 무능을 자성하기보다는 국민과 언론을 탓하며 허약한 기초를 튼튼히 하라는 쓴소리조차 삼킬 줄 모른다. 서비스의 기본을 결여한 정부가 제아무리 국정홍보에 열중해도 국민 신뢰와 지지가 회복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립 서비스가 아니라 묵묵한 실천으로 국민 신뢰를 쌓아 가는, 기본에 충실한 정부로 탈바꿈해야 한다. 고품격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로 업그레이드해야 선진 일류국가 성취가 가능하다.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려는 통치자가 아니라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국가 경영자와 관료가 절실한 시점이다.

한세억 동아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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