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하루 전북 전주와 광주, 전남 보성 등 3곳에서 순차적으로 열린 대회에서 예비후보들은 한결같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햇볕정책에 찬사를 보냈다. 호남권에 살아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의식한 듯했다.
이들은 또 이 지역이 중도통합민주당의 텃밭임을 고려해 박상천 대표와 통합민주당의 신당 참여를 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 비판엔 한목소리를 내며 ‘선명성’ 경쟁을 벌였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지역 창당대회에서 “아직도 5·16(쿠데타를) 구국혁명이라며 유신을 찬양하는 수구세력에 이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토목공사로 이 나라 경제를 살리겠다는 ‘땅 투기’ 낡은 세력에도 이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를 싸잡아 비판했다.
손 전 지사는 이어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평화세력이 나라를 책임져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 및 발전은 우리의 시대적 과제이고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시대정신은 땅 투기 후보, 독재정권의 후예에 있지 않고 이 자리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제 패배주의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가장 모범적인 창당과 경선과정을 통해 정책 경쟁을 벌이자”고 호소했다.
정 전 의장은 또 통합민주당의 대선 경선주자인 조순형, 이인제 의원과 김영환, 추미애 전 의원을 거명하며 “이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은 경험을 소개한 뒤 “한나라당은 정권, 정경유착, 공안정치, 특권 등 마땅히 잃어버렸어야 할 것을 잃어 놓고 애통해하고 있다”며 “국민의 정부가 씨앗을 뿌리고 참여정부가 잘 가꾼 과실을 다음 정부에서 수확하겠다”고 주장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이름이 감동을 주느냐”고 반문한 뒤 “욕심, 기득권, 이해관계를 다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때만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특히 손 전 지사가 내세우는 ‘선진한국’을 언급하며 “낡은 시대, 낡은 지도력의 열쇠로는 선진한국의 문을 열 수 없다”고 꼬집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짝퉁 한나라당’ 후보로는 원조 한나라당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며 손 전 지사를 몰아세웠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한나라당이 대통합신당을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민주개혁세력의 결집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광주 항쟁을 짓밟고 집권한 세력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전북에선 정균환 전 의원, 이강래 의원, 이은영 전북 민주동우회 회장이, 광주에선 지병문 의원, 김영진 전 의원, 임현모 광주교육대 총장, 박형린 전 광주 YWCA 사무총장이 각각 선임됐다. 각 정파 간 지분 나눠먹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남은 김효석 의원이 준비위원장에 선임됐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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