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금 이명박과 전쟁중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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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요즘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과 ‘전쟁’ 중이다. 총대는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멨다. 거의 매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전 시장 측이 검증 과정에서 제기하는 청와대 정치공작설과 이 전 시장의 조세 공약을 정조준한다.

천 대변인은 이 전 시장 측의 정치공작설에 대해 “후안무치한 국면 탈출용 공작정치” “공작정치의 원조세력인 한나라당이나 가능하다” 등의 표현으로 공격했다. 이 전 시장의 조세 공약에 대해서는 “간신히 안정된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전 시장은 9일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지방세인 재산세, 자동차세 등을 묶어 지방세인 ‘재산보유세’로 통합하겠다고 공약했다.

‘청와대 대 이명박 측’ 전쟁이 시작된 것은 6월 18일. 청와대가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한 이 전 시장 캠프 박형준, 진수희 대변인을 검찰에 고소하고, 두 의원이 맞고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대선 정국에서 청와대와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 측이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 전 시장 측이 제기하는 정치공작설에 끌려들어가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논란이 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사전 질의도 이 전 시장 측의 정치공작 주장에 대해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느 수준까지 반론을 펼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천 대변인 외에 대통령홍보수석실이 두 차례,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한 차례 ‘공격’에 가세했다.

홍보수석실은 11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이 전 시장의 공약이 사실상의 종부세 폐지라고 전제한 뒤 “종부세가 폐지되면 투기심리가 고개를 들고 집값이 치솟아 부동산 시장 불안이 재연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홍보수석실은 “겨우 안정을 찾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이 흔들려 집값이 오르면 서민들만 눈물을 흘릴 것”이라며 “12월 대선은 부동산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나 강남구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고 했다.

홍보수석실은 이 전 시장 측의 공작설에 대해 6월 28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독재시절에나 통하던 낡은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문 실장은 6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음모다’는 식으로 덮어씌움으로써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 하는 행태는 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참모들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직접적인 공격을 삼가고 있다. 6월 22일 “공약도 검증을 피해선 안 되는데 검토 한 번 했다고 청와대까지 걸고 넘어진다”며 이 전 시장에 대해 못마땅함을 내비친 게 전부다. 과테말라 방문으로 공백이 1주일가량 있었지만, 6월 17일 선관위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 결정이 부담스러운 듯하다.

청와대는 범여권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공격했다. 천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한나라당 교육정책은 본고사를 부활하자는 것인데, 박근혜 전 대표, 이 전 시장, 손 전 지사가 모두 ‘본고사는 대학 자율에 맡기자’는 견해였다”며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출신’임을 부각했다.

천 대변인은 손 전 지사를 ‘범여권 주자’로 기정사실화하는 데 대해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진영 내부의 통합이나 후보 단일화 문제에 손 전 지사가 참여하고 말고의 문제는 저희가 상관할 바 아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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