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 연예인 폴리테이너]“웬만한 정치인보다 힘세다”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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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경선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문화예술지원단 위촉식. 이 전 시장이 지방 행사 때문에 불참한 가운데 박희태 선거대책위원장은 문화예술인 25명에게 위촉장을 준 뒤 “경제가 살아나야 문화예술도 활성화된다”며 “다 같이 경제와 문화예술을 살리는 데 매진하자”고 말했다. 임명장을 받은 탤런트 이덕화 씨는 “당신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들의 챔피언입니다. 각하, 힘내십시오!”라고 말했다.

#2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인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지모)’ 회원 40여 명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박 전 대표 지지 선언을 할 예정이다. 가수 설운도 씨가 주축이 돼 지난해 9월 만들어진 이 모임에는 100여 명이 활동 중이며 대중적 인기가 있는 연예인도 50여 명 포함돼 있다는 게 박 전 대표 측의 설명. 현재 공석인 ‘박지모’ 회장은 원로가수 남일해 씨가 맡을 예정이다.》

▽얼굴 마담인가, 파트너인가=올해 대선에서도 유력 주자 진영에 연예인들이 모이고 있다. 유명 연예인에게 구애하는 정치인들의 노력도 뜨겁다.

정치에 참여하는 연예인, 연예인 경력의 정치인을 의미하는 ‘폴리테이너(politainer)’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을 합성한 신조어다.

실제 선거에서 이들 폴리테이너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후보가 얼굴이 잘 알려진 연예인들과 각종 행사에 동행하면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에 있었던 한 인사는 “영화배우 문성근 씨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어지간한 정치인과는 비교도 안 됐다”고 말했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영화배우 정준호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계 진출을 강력히 권유받고 있고 공천에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비판적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이렇다 할 정치적 소신을 보이지 않던 연예인들이 특별한 명분도 없이 선거철에만 반짝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에 대한 반감이 큰 것.

대중문화평론가 김종휘 씨는 “미국의 폴리테이너들은 평소에도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기 때문에 대중에게 거부감이 없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인 무소속 우상호 의원은 “연예인이 스스로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연예인 스스로가 권력자를 모시는 하수인처럼 행동하거나 정치인이 연예인을 도구처럼 사용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캠프에서 문화예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이준훈 씨는 “문화예술인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져 단순한 대중 동원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 분야 정책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에게서 조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누가 누구를 돕나=이 전 시장을 돕는 연예인은 이덕화 씨 외에도 이 전 시장의 고려대 후배인 ‘뽀빠이’ 이상룡, 탤런트 정흥채 이종원 배도환 김형일 이의정, 만화가 박광수, 스포츠 스타 김기훈(쇼트트랙) 유남규(탁구) 문성길(권투) 씨 등이 있다.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탤런트 유인촌(56) 씨. 유 씨는 이 전 시장이 재임 시 만든 서울문화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으며 시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며 청계천 복원 기념식과 이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 사회를 맡을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박지모’에는 설운도 씨 외에도 가수 김태곤 김도향 배일호 박일준 이자연 하동진 김혜영 현진영 춘자 씨가 참여하고 있으며 코미디언으로는 이영자 심현섭 이용식 표영호 황기순 김상태 권진영 김정렬 정철규(블랑카) 씨 등이 회원이다. 탤런트 전원주, 아나운서 김병찬, 방송인 조영구, 사진작가 지영빈, 화가 김만근 씨 등도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운도 씨는 통화에서 “회원들 모두 순수한 생각으로 돕고 있으며 나를 포함해 회원 어느 누구도 지지 활동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겠다거나 더 많은 방송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와 달리 범여권 주자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한 연예인 중에는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손 전 지사를 지지하는 한 연예인이 다른 연예인과 스포츠인들을 모아 오겠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며 “곧 지지 연예인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은 “현재 연예인 몇 명이 돕고 있으나 이름을 알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이들은 정 전 의장이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드러내지 않은 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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