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선, 이명박이나 아니냐 구도”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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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앞줄 가운데)이 21일 민주계 출신 전 국회의원 30여 명의 ‘지지 선언’ 회견에 참석해 김수한 전 국회의장(앞줄 왼쪽), 김명윤 한나라당 상임고문(앞줄 오른쪽) 등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앞줄 가운데)이 21일 민주계 출신 전 국회의원 30여 명의 ‘지지 선언’ 회견에 참석해 김수한 전 국회의장(앞줄 왼쪽), 김명윤 한나라당 상임고문(앞줄 오른쪽) 등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1일 검증 공방에 대해 “경쟁보다는 서로 헐뜯기로 일관해 국민이 보기에 매우 난처한, 어쩌면 부끄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어떡하다 보니까 (나도)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강연에서 “열심히 살아 온 사람이나 대충 살아 온 사람이나 아무 것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나 다 비슷하게 보이는 행태로 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증 공방으로 ‘후보의 자질’이 제대로 국민에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어떠한 네거티브가 춤추더라도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하면 인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질문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공직자들의 기본 요소가 정직성이므로 이를 기본에 놓고 국민이 볼 때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본다. 코드에 맞는다고 무경험자, 능력 없는 사람을 뽑지 않을 게 틀림없다”고 대답했다.

이 전 시장은 “북한이 한나라당 집권하면 안 된다고 한다”는 질문에 “북한이 한나라당 집권하면 안 된다고 하다가 최근엔 이명박이 집권하면 안 된다고 바꿨더라. 아마 내가 될 줄 아는가 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세 분이 짜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안 된다는 것은 세 분이 똑같지 않나. 오해받을 수 있다. 전현직 대통령은 국가 원로이거나 원로가 되실 분들이므로 차기 정권이 누가 돼도 잘할 수 있도록 공정한 관점에 서서 원로 역할을 해줬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최근 노 대통령의 잇단 비판에 대해 “대통령이 후보의 공약을 갖고 구체적으로 비판하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것은 역사상 보질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한나라당이 정권 교체를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정치인으로, 대중적 인기와 당을 잘 이끌어준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재산을 정당하게 모았다 해도 사회에 환원해서 위화감을 해소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정당한 재산을 가진 사람은 인정하고 적은 재산이라도 부정한 재산이라면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며 “어떤 사람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조용히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의 발음이 부정확하다고 고백하면서 “말이 어눌해서 걱정스러운데 (역대) 대통령을 보면 다 어눌한 사람이 당선되더라. 그래서 당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앉는 게 익숙지 못해 서서 말하겠다”며 1시간 반 동안 서서 강연한 뒤 질문에 답변했다.

이 전 시장은 강연에 앞서 배포한 연설문에서는 “과거 대선과는 달리 이번 선거는 ‘이명박이냐 아니냐’ 식으로 참 이상한 구도가 짜이고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가 아니라 사면노가(四面盧歌)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민주계 前의원 30여명 “李 지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YS 직계로 분류되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민주계 출신 전직 의원 30여 명이 21일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지지를 선언한 사람은 김명윤, 윤영탁, 목요상, 정재문, 김동욱, 류한열, 신경식(이상 당 상임고문), 김봉조, 김현규, 문정수, 반형식, 심완구, 조종익, 송천영, 김형광, 박경수, 장석화, 서훈, 강보성, 김태룡, 김우석, 김두섭, 김병태, 박태권, 신하철, 이용곤, 이근진, 이길범, 노기태, 이원범 전 의원과 노병구 민주동지회 회장 등이다.

YS 퇴임 후 대변인 역할을 했던 박종웅 전 의원은 앞서 15일 이 전 시장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朴“난 위기에 강한 여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당심(黨心) 잡기 행보를 재개했다.

정책토론회 준비 등으로 일주일 동안 외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동작구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한나라당 여성 지방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많은 위기를 이겨내며 위기에 강한 여자가 됐고 위기에 빠진 한국도 구해낼 수 있다”며 “당원들과 힘을 합쳐 당당하고 잘사는 선진 한국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대운하 보고서 변조의 당사자로 박 전 대표 측을 지목한 것에 대해 “(이 후보 측은) 근거도 없이 그냥 발표하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네거티브(비방·폭로)를 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빠져나가려고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늘 그런 식으로 하는 게 문제”라며 “저쪽에서는 네거티브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바로 이런 게 네거티브”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 전 대표 캠프는 최근 발표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과의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나자 크게 고무돼 있다. 박 전 대표 캠프 김재원 대변인은 “캠프 분위기가 용기백배, 사기충천”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지지율을 3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교육, 세금, 보육 문제 등 생활 밀착형 이슈에 대한 정책들을 조만간 발표해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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