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근 지지율 변화는 내 본선경쟁력 판단한 것”

  • 입력 2007년 6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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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후보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검증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는 것에 고무된 듯했다. 그는 영남대와 정수장학회 비리 의혹에 대해 “허무맹랑한 모함”이라고 일축했다. 고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부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친국(親鞫·직접 신문함) 사실을 공개하며 “허깨비처럼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의혹을 적극 해명하며 “선진국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강조하자 배석한 측근들은 “이렇게 강한 자신감을 보인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20분가량 박 전 대표의 경선 캠프인 서울 여의도 엔빅스빌딩에서 진행됐다.》


○ “경선 승리 자신 있다”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책토론회가 열리면서 국민과 당원이 더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후보를) 평가하기 시작한 것 같다. 어떤 후보가 정책과 비전을 충실히 준비했는가, 살아온 과정을 믿을 수 있는가, 본선 경쟁력이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이 지지율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본선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정책, 도덕성, 국가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언행이 일치하고 약속을 지키는가 하는 것들이 다 포함된다. 본선에 나가면 더 많은 검증이 있을 텐데 1%라도 불안하지 않은 후보를 뽑아야 정권교체도 가능하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박근혜가 더 쉽다”고 했는데….

“저쪽에서 하는 말이니까 반대로 이야기한 것 아니겠나. 내가 당 대표로 있을 때 저쪽에서 한 번도 나를 이겨 본 적이 없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는 “이명박 박근혜를 이길 자료가 있다”고 했다.

“깨끗한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나온 열린우리당이 ‘뭐가 있다. 앞으로 터뜨리겠다’는 식으로 하는 것은 전형적인 네거티브(비방·폭로)다. 자료가 있으면 떳떳하게 내놓아야 한다. 2년 3개월간 당 대표를 하면서 검증 비슷한 네거티브를 수없이 당했다. 뭐가 있으면 그때 나왔을 것이다.”

―경선에서 지면 승자를 도울 것인가.

“모든 후보에게 아주 당연한 일이다. 선출된 후보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 “비리 의혹은 허무맹랑한 모함”

―최태민(1994년 작고) 목사 관련 의혹이 아킬레스건이 될 거라는 말이 있다.

“아킬레스건이 될 게 없다. 국세청 검찰에서 샅샅이 조사했는데 잘못된 게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에서 큰일 난 것처럼 보고를 하니까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당사자를 다 불러 친국을 했다. 사기를 당했다는데 당한 사람이 없고, 횡령을 했다는데 횡령한 게 없었다. 아버지가 다 보시고 ‘이건 실체가 없다’며 없던 일로 한 것이다. 아버지가 어떤 분인데 거기서 손톱만큼이라도 문제 있는 게 나오면 가만히 있었겠느냐. 손발이 없는 허깨비처럼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그걸 반복해서 이야기하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나.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보궐선거에 출마했는데 서슬이 퍼래서 누구도 선뜻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때 최 목사의 사위가 나를 도와주었다. 나를 도와준 그분 가족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영남대와 정수장학회 관련 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조금이라도 (잘못한 것이) 있었으면 역대 정권에서 벌써 법적으로 문제가 됐을 것이다. 허무맹랑한 것 가지고 모함하고, 공식적으로 밝혀졌는데 또 모함한다. 현 정수장학회 이사장(최필립 씨)은 내가 이사회에서 나온 뒤 뽑힌 분이다. 나를 도와 일했지만 그 다음 정권에서도 일을 한 분이다.”

―검증 공방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큰일 난 것처럼 그러는데 이게 경선이다. 제대로 된 경선을 처음 치러 불안해하는 면이 있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 경선을 봐라. 정책으로 대결하는 것이다. 우리 캠프에서 이야기하는 것 중에서 (이명박 전 시장과 연루된 의혹이 있는) BBK는 언론에 보도된 것이고 (이 전 시장의 공약인) 운하는 정책토론회에서 한 것이다. ‘이런 점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것을 토론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전 시장 측에서) 우리 캠프와 노무현 대통령이 짜고 배후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야말로 네거티브다. 그걸 믿을 국민도 없다. 나는 당 대표 시절 매일 네거티브를 당했지만 한 번도 누가 짜고 공격한다고 해 본 일이 없다.”

―대운하 보고서 변조 논란에 대한 견해는….

“정부나 열린우리당이 개입해서 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밝혀야 한다. 하지만 환경론자들이나 학회에서 나름대로 토론했다. (운하가) 타당성이 있느냐, 문제가 없는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 동영상 촬영 : 김동주기자


▲ 동영상 촬영 : 김동주기자

○ “줄푸세로 작은 정부 큰 시장”

―핵심 공약이 ‘작은 정부, 큰 시장’과 ‘줄푸세’인데….

“민간과 지방정부에 넘길 수 있는 것은 다 넘겨야 된다. 정부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고 쓸데없는 기구도 너무 많다. (집권하면) 곧바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겠다. 세금과 정부 규모는 줄이고 규제는 풀고 공권력과 법원칙은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또 정부가 포퓰리즘(대중영합 인기주의)에 빠지지 않고 법치를 바로 세우면 이것만으로도 매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올라갈 수 있다. 교육도 정부 간섭을 줄이면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울 수 있다.”

―CI가 ‘5년 안에 선진국’인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는 넘어야 선진국이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자기 분야에서 창의력 발휘되는 나라다. 또 신뢰라는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신뢰 없는 사회는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19일 3차 토론회에서 외교 분야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외교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다 자신 있다. 내가 내세우는 경제 정책, 대북 정책, 외교 정책대로 되어야 선진국이 된다고 확고히 믿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6·15선언에 대해 부정적인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함께 6·15선언도 잘 만들어졌다. 화해 협력으로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자는 것에 찬성한다. 하지만 현 정부가 그렇게 많은 것을 북한에 지원했는데 돌아온 것은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다. 원칙 없는 대북정책으로 안보는 불안해지고 북한을 변화시키지도 못했다.”

―경제 현장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 정치 경험이나 의회 경험이 누구보다 많다고 자신한다.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퍼스트레이디 구실을 하면서 대통령이 어떤 자리인지 보고 배우며 자랐다. 특히 야당 대표는 소규모 정부를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여당을 상대로 정책, 예산을 비판하고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탄핵 역풍으로) 없어질 뻔한 당이었는데 당 대표에서 물러날 때 지지율이 50%에 육박했다.”

○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은 창피한 일”

―중앙선관위가 노무현 대통령의 잇단 발언을 선거법 위반으로 결정했다.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선관위에서 중립성을 의심받고 경고도 몇 차례 받은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씨가 선관위를 ‘독재의 하수인에 불과하던 임명제 기관’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이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는 인치(人治)가 아니라 법치다. 대통령은 국헌을 수호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다. 대통령도 법은 지켜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치 발언을 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은 정치에 개입하기보다 국가라는 큰 차원에서 봐 줬으면 좋겠다.”

―노 대통령은 “경제는 참여정부만큼만 하라”고 했는데….

“국민이 공감하나. 스스로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말하지 않나. 선진국은 성장을 통해 열매를 잘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사회다. 우리 국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단한 국민이다. 지도력이 문제다.”

―범여권 움직임이 한나라당 경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지금은 뚜렷한 범여권 후보가 없지만 오래 가겠는가. 그쪽 후보가 결정되면 영향이 있을 것이다. 후보들의 정책, 국정운영 철학이 더 뚜렷해질 것이다.”

○ “열심히 일하는 게 건강 비결”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나.

“더위에 강한 편이다. 잠을 푹 잤으면 좋겠지만 덜 자는 게 습관이 됐다. 열심히 일하는 게 건강 비결이다. 나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도와주시는 분, 전국 가는 곳마다 힘을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며 살고 있다.”

―대중적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성악가는 노래를 잘해야 인기가 있고 작가는 좋은 책을 써야 독자가 좋아한다. 정치인은 뚜렷한 소신을 갖고 일하면서 약속을 잘 지켜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칙과 신뢰를 좌우명처럼 여기게 된 계기는….

“원칙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정치에 원칙이 무너져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비칠 것이다. 나라를 경영하거나 정치인으로서 원칙이 없다면 아무 의미 없는 것이다.”

―‘가족이 국민’이라고 했다. 가족이 없다는 것이 한계가 될 수도 있지 않나.

“모든 정성, 열정, 시간을 국민을 위해서 바칠 수 있는 사람이다. 사적으로 뭘 챙기고 욕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자유롭고 각자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 수 있는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 내 꿈이다.”

―‘보물 1호’라는 조카(동생 박지만 씨의 아들 세현 군)는 자주 보나.

“요즘은 자주 못 본다. 사진만 보고 ‘이제 걸어 다니겠구나’ 한다.”

정리=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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