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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1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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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일찍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바르샤바조약기구(WTO) 같은 집단안보체제가 성립됐고 1973년부터는 유럽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안보협력회의를 개최했다. 이를 활용해 공동안보의 틀을 만들고, 군비경쟁을 지양할 다자간 군비통제를 거쳐 탈냉전 후 유럽의 안보 질서를 안정되고 평화적으로 만들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와 싱가포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단안보체제가 없고 동북아의 냉전이 계속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다 다자간 국방대화를 설치하기로 했다. 냉전시대 명성이 높았던 IISS는 탈냉전 후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다. 싱가포르는 동서양의 중간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서 세계화 시대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계기를 찾고 있었다. 두 주체 간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해 싱가포르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아시아안보회의가 시작됐다.
이 회의는 국방 수뇌가 한자리에 모여 미래 아태 지역의 안보 질서를 논의하고, 안정과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실질적인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저명한 안보 전문가를 초빙해서 국방장관에게 질문과 답변을 하게 함으로써 각국의 국방정책 논리를 다듬는 계기를 제공한다.
한미 양국의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하고 미국의 군수방산 수출입에서 한국을 나토나 일본 호주와 같은 등급으로 격상시켜 달라는 한국의 요구를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아시아안보회의는 해마다 발전하고 있다. 거의 모든 참석자가 아태 지역에서 새로운 안보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동남아 국가는 동북아의 한중일 3국과 아세안 10개국의 안보가 긴밀하게 연결됐음을 강조하면서 국방협력을 가속화하자고 제의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안보회의 덕분에 아세안 10개국의 국방장관회의를 2006년에 처음으로 개최했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24시간 해상 공중 감시체제를 가동하고 있음을 예로 들면서 아태 지역의 해양안보 협력을 제도화하자고 밝혔다.
아태 지역의 정부뿐만 아니라 방산업체와 기업체가 아시아안보회의를 적극 후원하고 지원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체가 이런 다자간 안보대화를 지원함으로써 회의 의제나 내용에 국익을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인도 파키스탄 몽골은 미국 중국 일본 같은 대국이 아닌, 한국 같은 나라와 국방 또는 방산 분야의 협력을 원한다. 동시에 테러, 대량살상무기 확산, 해적, 재난과 같은 초국가적 위협을 해결하는 데 다자간의 국방협력을 간절하게 바란다. 한국은 안보전략과 이익을 위해 아시아안보회의를 활용하고 아태 지역의 미래 안보 질서에 필요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한용섭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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