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단거리미사일 발사 왜?

  • 입력 2007년 5월 26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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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지원 유보-이지스함 진수

‘좌시하지 않겠다’ 경고인듯

북한이 25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그것이 비록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할지라도 시기적으로 미묘한 메시지를 던진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됐던 북한 돈의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북한의 6자회담 ‘2·13합의’ 이행이 40일 이상 지연되고 있고 이 때문에 정부가 29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21차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대북 쌀 차관 지원 유보 방침을 굳힌 상태에서 미사일을 쏘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남한이 첫 이지스함(艦)인 세종대왕함을 진수한 날을 골라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남측에 대한 시위이자 일종의 경고로 풀이된다.

▽타깃은 남한?=지난해 9월 노무현 대통령은 핀란드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에 대해 “미국에 가기에는 너무 초라하고 한국을 향해서는 너무 큰 것”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25일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은 정확히 서울 등 수도권을 사거리로 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에 대해 화답한 셈”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군사전문가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유사시 남한의 군사 목표물과 인구 밀집 지역을 타격할 핵심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스구축함 개발과 F-15K 전투기 도입 등 남측의 전력 증강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은 북한의 최근 동향을 근거로 하고 있다. 북한 해군사령부는 21일 “남조선군이 요즘 조선 서해 우리 측 영해 깊이 전투함선을 침입시키는 군사적 도발행위를 연이어 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관급회담이 코앞인데=정부는 겉으로는 “별일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지만 내심으로는 반세기 만의 경의선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등으로 순항하는 듯 보이던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지난해 7월 미사일 발사 직후 열린 19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쌀 차관 제공과 비료 지원 중단에 북한이 반발했던 것처럼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쌀 차관 제공보류 사실을 통보할 경우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북한이 24일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장관급 회담 참석 의사를 통보해 온 만큼 회담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도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아 회담을 중단시키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日언론 보도뒤에야 “확인 필요” 짤막한 발표

북한이 25일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날 오전이었지만 군 당국이 관련 자료를 낸 것은 오후 7시경. 그나마도 일본 언론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도하고 각 언론사 기자들이 사실 확인을 요청한 뒤에 취해진 행동이었다.

내용도 부실했다. 자료에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는 상황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음. 과거 북한이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통상적 훈련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것은 추가 확인이 필요함’이라고 언급했을 뿐이다.

발사된 미사일의 종류나 발사 시점은 물론 발사 지점이 어디였는지 등의 정보는 일절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동맹국인 미국에서 위성정보 등을 협조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일본은 미국이 제공한 군사위성 화면을 통해 북한이 함경북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분석했으며 미사일을 탑재했던 이동식 차량과 발사 지휘·통신용 기자재와 인원이 이 부근에 집결됐다가 철수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며칠 전부터 북한을 면밀히 관찰해 미사일 발사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미국과도 긴밀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민에게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항공사와 선박회사에 대해 항행제한구역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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