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선 “이명박·박근혜 선거에 도움 안 됐다”

  • 입력 2007년 4월 26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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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지역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나왔어요. 물론 심대평 후보도 여기서 시장과 도지사를 지낸 행정가로 서울대까지 나와 인물 면에선 (저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 같습디다. 그런데 참 이상해요. 지역민들은 행정을 했던 사람은 깨끗한 인물이라고 여기는 반면 정치를 했던 사람은 부패와 연결지어 생각해요. 이번 선거에서도 정치인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강했습니다.”

4·25 국회의원 보궐선거 대전 서을에 출마했던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가 낙선의 소회를 밝혔다. 대전 서을은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예상됐던 곳. 그러나 결과는 이 후보의 대패였다. 심대평 후보가 3만9858표(60.1%)를 얻으며 이 후보(37.1%)를 압도했던 것이다.

“李·朴 싸움이 이번 선거에 마이너스로 작용”

이 후보는 26일 동아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의 목소리는 인터뷰 내내 깊이 잠겨 있었다.

그는 이번 선거의 참패에 대해 “제가 부덕한 탓”이라고 운을 뗐지만 못내 아쉬운 게 많은 듯했다.

심 후보에게 몰표가 나온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했다.

“지역 특성이 그래선지 충청도 사람들은 항상 유리한 쪽으로 (붙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도 신라가 셀 때는 신라 쪽으로 붙고 백제·고구려가 셀 때는 그쪽으로 붙었고…. 지형학적으로 그런 구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인물론에서 앞선 심 후보가 초반에 앞서갔던 것이 대세로 굳어져 막판까지 뒤집기 힘들었다는 말이다.

그는 잇따라 터진 한나라당의 돈 관련 사건도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도의원 공천 헌금, 과태료 대납 사건, 돈으로 상대 후보를 매수하려 한 사건 등 잇따라 터진 돈 관련 비리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지역민들의 시선이 점점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후보는 대전에서 수차례 유세를 펼쳤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역민들이 이 시장과 박 대표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더군요. 시선도 줄려고 하는 것 같지 않고…. 당내 경선은 꼭 필요한 절차고 서로 얘기해야 할 부분도 있긴 하지만 마라톤도 혼자 달리면 기록이 안 나오잖습니까. 두 사람이 갈등을 빚고 싸우는 모습으로 비춰진 게 이번 선거에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 후보는 끝으로 “이번 선거 기간 중에도 정권교체를 외쳤던 만큼 올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나의 행보는 그 이후에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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