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러시아 대사 인터뷰

  • 입력 2007년 4월 15일 2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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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한국을 결정적으로 돕기는 힘들지 몰라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언제든지 한국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습니다."

15일 퇴임한 김재섭(62·사진)주 러시아 대사의 말. 그는 37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감하면서 이날 기자와 만나 그동안 러시아 주요 공직자와 상대한 경험을 이렇게 소개했다.

-6자 회담에서 러시아의 역할 비중은.

"미국 중국에 비해 북한을 움직이는 힘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 성장의 자신감이 커지면서 한반도 안보 문제를 예전보다 중시한다. 지금은 '한반도 비핵화'를 목적으로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한 대가로 '지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요약한다면….

"러시아 국가 이익의 극대화, 특히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많이 따지고 행동하는 것 같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은 난처한 상황에 빠진 반면 러시아는 반사이익을 많이 봤다. 유럽이 러시아에 법치와 인권 문제를 제기해도 러시아는 경제적 마인드로 대처하고 있다. 유럽이 러시아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국가라고 인식해 받아들일 것은 수용하고 과도한 요구는 배척하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가 전략에 충실한 엘리트며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내부의 혼란과 불안을 잘 수습한 대통령이다. 특히 공무원 인사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크렘린 주변에 유능한 인재를 제대로 배치해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내년 러시아 대선을 어떻게 보는가.

"국민 지지율 80%를 유지하는 푸틴 대통령의 마음에 달려 있다. 푸틴 대통령이 3선 연임을 선택하든 후계자를 지명하든 사회를 뒤흔들어 놓을만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김 대사는 체코, 인도네시아 대사를 거쳐 외교통상부 차관을 지냈다. 후임으로는 이규형 전 외교부 제2차관이 내정됐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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