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던 시대 지났다”

  • 입력 2007년 4월 10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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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신안 싸늘한 민심… 민주 김홍업씨 지원 총출동

4·25 재·보궐선거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9일.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열리는 전남 무안-신안지역은 민주당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를 전략공천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지역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신안지역 섬 주민들이 거쳐 가는 목포 항동 여객선터미널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홍업 씨 지지를 내놓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신안군 임자면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종수(52) 씨는 “민주당이 우리를 너무 무시했다”며 “지금은 DJ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시대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파 농사를 짓는다는 지도면의 한 이장(54)은 “전에는 DJ와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무소속 후보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한술 더 떠 “여기가 북한도 아닌데, 대를 이어 충성하라는 말이냐”며 DJ 부자를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신안군의회 양영무(55·무소속) 의원은 “예전에는 모두들 선생님(DJ)이 흰 것도 검다고 하면 믿었지만 지금은 홍업 씨를 따르는 사람이 면 단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31지방선거에서 초반 인지도 5%를 밑돌던 무소속 후보(박우량 군수)가 민주당 후보를 4700표 차로 누르고 압승한 사실을 거론하기도 했다.

무안지역에서는 소지역주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신안 출신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에 밀려 무안 출신 국회의원을 내지 못했던 ‘한’을 이번 기회에 풀어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무안읍내 한 슈퍼마켓 여주인(45)은 “무안이 신안보다 인구가 1만 명이나 많다. 홍업 씨 출마는 우리에게 일종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바닥 민심은 현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광주 무등일보가 ‘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 현지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무안 출신 무소속 이재현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24.2%로 김홍업 후보(20.0%)를 제쳤다.

민주당 중앙당은 겉으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현지 분위기 때문에 속으로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자칫하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당초 홍업 씨 공천에 반대했던 의원들도 현지에 투입되고 있다. 현지 지원에 나선 한 의원은 “박빙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지 분위기가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무안·신안=김 권 기자 goqud@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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