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 어려울 듯"

  • 입력 2007년 4월 5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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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2·13 합의 1단계 이행조치 마감시한(13일)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북한이 영변 핵시설 동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는다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이 5일 전했다.

소식통들은 "재무부의 도널드 글레이저 차관보 등이 베이징(北京)에서 마카오 델타뱅코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2500만 달러 반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송금을 받아주겠다고 나서는 은행이 없으며 북한은 현금으로 돈을 수령하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북한이 현금 수령을 거부하는 것은 외국 은행으로 자금이 송금되어야만 국제금융거래가 재개되는 상징적 효과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은 결국 BDA 자금 송금 문제를 이유로 북한이 13일 시한을 지키지 않아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를 기술적 문제 때문에 늦어진 것으로 간주해 별 문제를 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2·13 합의 이행이 첫 단계부터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도 부시 행정부가 8일로 예정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방북단에 빅터 차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포함시킨 것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리처드슨 주지사의 개인적 방북이라면서도 방북 사실을 백악관이 공식 발표하고, 북핵 문제를 전담하는 백악관 보좌관을 방북단의 끄트머리에 슬그머니 포함시키는 등 워싱턴포스트의 표현에 따르면 '민주 공화 모두 머리를 긁적이며 어리둥절해하는 상황(bipartisan head-scratching)'이 벌어지고 있는 것.

특히 민주당에선 "백악관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시리아 방문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북한에 가는 민주당 소속 리처드슨 주지사에겐 힘을 실어준다"며 부시 행정부가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일관된 잣대를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미 행정부 내에도 2·13 합의 이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행정부 인사의 방북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부시 대통령이 가능한 모든 모멘텀(추진력)을 살리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실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은 지난해부터 추진돼 온 것으로 북한 측은 그동안 주 유엔 북한 대표부를 통해 리처드슨 주지사와 긴밀히 협의해왔다. 그는 한국 정부에도 방북에 관한 도움말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며 오랜 친분을 쌓아온 이태식 주미대사가 뉴멕시코주까지 가서 오찬을 함께 하며 북핵 문제 현황을 브리핑했다. 그러나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특별한 대북 메시지 전달은 없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북한과 리처드슨 주지사가 이번 방북의 목적을 미군 유해송환으로 정한 것에 주목해 "북-미간 화해무드를 타고 유해발굴이 재개되면 미국 측의 현금이 다시 북한에 유입될 수 있다"며 "이는 국제금융계에 북한과 거래를 재개해도 좋다는 미국 측의 분명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 북한이 유해송환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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