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기분 낼때 아니다” 신중해진 靑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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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무근이며 오보다.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할 이유도 없고 계획도 없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4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6월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함께 한미 FTA에 직접 서명하거나 서명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일부 신문의 보도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윤 수석은 “지금은 미국과 함께 FTA 체결의 잔치 기분을 낼 때가 아니다”며 “국익을 위해 FTA를 추진했지만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피해를 볼 국민을 어루만지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도 “한미 FTA 서명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 “(한미 FTA 서명식 참석을 위한 노 대통령의 방미 계획에 관한 보도는) 창의적인 기사”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1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윤병세 대통령통일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올해 상반기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 중이라는 방송 보도가 나오자 윤 수석이 정상회담 개최 계획을 재차 부인했다.

윤 수석은 이날 오후 늦게 발표한 공식 논평을 통해 “현재 (한미 정상회담 논의가) 추진되는 것이 없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은 6자회담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면 개최할 수 있으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 추진 계획 보도를 즉각 부인한 것을 비롯해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3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한 고비를 넘겼지만 한숨 돌릴 형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협상 타결에 대한 여론의 긍정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지만 한미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어 피해 대책 마련과 국회 비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한미 FTA 추진 과정에서 등을 돌린 기존 지지층을 설득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홍보수석실 명의로 글을 올려 “(일부 언론에서 언급한) ‘FTA 대연정’은 없다. 지지층에 등을 돌리고 보수 세력과 손잡았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노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왜곡하는 것”이라고 정치적 해석을 비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한미 FTA 협상 타결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싫어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한미 FTA 타결 전에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20%대에 머물던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협상 타결 후 조사에서는 30%대로 수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한미 FTA에 누가 서명하는 것이 상징적 의미를 살릴 수 있을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FTA 서명의 주체가 될 것인지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통상 FTA를 체결한 양국의 외교장관, 통상장관 등이 대통령의 조약 체결권을 위임받아 서명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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