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그룹 ‘대선이슈 선점’ 독자추진 했을 수도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盧대통령 카타르 방문카타르를 공식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카타르 도하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한-카타르 경제인 오찬간담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방문 기간에 카타르 가스공사와 20년 동안 매년 210만 t 규모의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장기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도하=EPA 연합뉴스
盧대통령 카타르 방문
카타르를 공식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카타르 도하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한-카타르 경제인 오찬간담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방문 기간에 카타르 가스공사와 20년 동안 매년 210만 t 규모의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장기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도하=EPA 연합뉴스
《남북 베이징 비밀 접촉 사건의 ‘세 주역’인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씨,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 이호철 대통령 국정상황실장은 27, 28일 기자간담회와 인터뷰를 통해 각자 해명에 나섰다. 해명은 대체로 △북한 핵실험 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공식·비공식 루트를 뚫어야 한다는 건의와 북측의 타진이 있었고 △노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북측의 진의를 알아보기 위해 만났으며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 뒤 접었고 △이후 북측과의 접촉은 이 의원이 개인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의문점은 남는다.》

○ 정상회담 논의는 정말 없었을까

안 씨와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접촉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통일부 및 여권 일각에서도 안 씨 등이 만난 이호남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가 정상회담을 논의할 급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 라인에 정통한 통일부 관계자는 “베이징의 북측 관계자 대부분은 그다지 신뢰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호남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 의원이 북측과 접촉한다고 여기저기 말을 하고 다녔다. 누가 접촉 단계에서 말을 퍼뜨리나”라고 했다.

그러나 본보 자매지 ‘주간동아’에 비밀접촉 관련 비망록을 공개한 권오홍 씨는 “남북특사와 정상회담 논의가 있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 문화일보는 29일 지난해 9월 접촉에서 ‘북측이 이산가족 문제의 획기적 접근 등을 의제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이호남 참사를 만난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 K 씨는 “이 씨는 ‘우리 큰일 한번 해 보자’고 했다. 나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라”며 “그러나 같이 베이징에 간 시사주간지 기자 N 씨와 권 씨는 ‘이 말이 (정상회담 논의를 하자는) 그 뜻’이라며 흥분했다”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의원과 이 실장 등 친노(親盧) 그룹이 올해 대선에서 남북화해라는 어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독자적으로 추진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 정말 이화영 의원의 ‘개인플레이’인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 10월 말 이후 안 씨는 빠지고 이후 북측과의 접촉은 이 의원이 개인적 차원에서 했다고 세 관련자 모두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방북도 북한에 돼지농장을 지어 주는 것과 관련한 협약 체결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의원의 ‘개인플레이’는 올해 3월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방북과 직결됐다. 이 전 총리 측은 “이 의원이 다 주선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실장과 이 의원도 지난해 10월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면 이 전 총리가 좋겠다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3월 방북은 이 전 총리가 개인자격으로 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자들이 입을 모아 “이후 대북 접촉은 이 의원이 개인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한 이면에는 뭔가 더 큰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더 높은 수준에서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이번 비밀접촉 폭로에 의해 드러날 것을 염려한 나머지 일찌감치 ‘꼬리 자르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29일 “현재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전문가들이 볼 때 북-미 수교 논의의 진전이 굉장히 빠르고 중국의 중재도 매우 적극적이어서 북-미가 일정한 합의에 이르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북 당시 북한 측의 분위기나 우리 정부의 태도를 종합해 볼 때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남북 정상이 만나 합의해야 할 사안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안희정 씨는 접촉 전후 노 대통령을 만났을까

지난해 9월 북측은 모종의 루트를 통해 안 씨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안 씨는 가기가 꺼려져 K 씨를 대신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해 10월 안 씨는 이 실장 및 이 의원과 협의한 끝에 베이징에서 K 씨가 만났던 북측 이호남 참사를 만났다.

이미 K 씨로부터 접촉 결과를 들었을 안 씨가 같은 사람을 또 만난 이유는 단지 대통령의 지시라는 이 실장의 전언 때문이었을까? 안 씨가 접촉을 전후해 노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다른 비선 접촉은 없었을까 하는 점도 의문이다. 이 의원은 27일 본보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기 위해 당시 정부가 여러 라인으로 (북측과의 접촉을) 추진했다. 국가정보원도 잘 안 풀렸다”고 말해 자신뿐만 아니라 여러 대북 비선라인이 작동했음을 시사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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