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北인사 비밀 접촉은 권력핵심 주도권 암투서 비롯”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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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386 최측근인 안희정 씨와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이 대북 비밀 접촉에 나선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정권 핵심부 내에서 대북 공식 라인과 비선(秘線) 라인의 암투가 격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86그룹은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10월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자 공식 라인을 배제하고 비선 라인의 대북 접촉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했으며, 안 씨의 대북 접촉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29일 “남북 정상회담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386그룹에 맞서 송민순(외교통상부 장관) 당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체제의 공식 라인은 6자회담 복원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수행 중인 송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은 막힌 것을 뚫는다면 모르지만, 그거 왜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대북 비선 라인의 정상회담 추진설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송 장관은 “실제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핵문제와 그런 이슈들을 진전시키고 그런 위에 (정상회담을) 진전시키면 모르지만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모래 쌓듯 그런 것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30일 발매되는 본보 자매지 ‘주간동아’에 따르면 안 씨의 대북 비밀접촉을 주선한 권오홍 씨는 비망록에서 “지난해 12월 북한을 방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방북 결과 보고서에는 ‘평양 내부에서 노 대통령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대목이 나온다”며 공식라인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실제 안 씨 등의 대북 비밀 접촉은 국무총리실은 물론 대북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통일부 등 공식 라인을 철저히 배제한 채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국가정보원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재직 당시에는 386들의 대북 접촉을 전혀 몰랐다”며 “386들이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다. 재집권을 하려면 남북 정상회담 추진밖엔 길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명숙(열린우리당 의원) 당시 국무총리도 안 씨 등의 대북 접촉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청와대 내부의 권력 투쟁도 이번에 드러난 대북 비선 접촉 추진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소식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는 부산파, 386그룹, 관료 출신 등 다양한 그룹이 있고 사안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한다”며 “안 씨의 대북 접촉도 그들의 주도권 다툼의 결과로, 안 씨와 청와대 386의 좌장 격인 이호철 대통령국정상황실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측근인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이 합작해 빚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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