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7주년]화정평화재단 학술회의/한승주 기조연설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北, 핵사찰등 작은것은 양보하는 척

핵무기-플루토늄은 포기 안할 것”

2·13합의는 제네바 합의를 흉내 낸 것이다. 흉내는 최상의 칭찬이란 말처럼 이번 성과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보여 주는 ‘핵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식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주 북한의 6자회담 참가 거부는 문제를 까다롭게 만듦으로써 별것 아닌 일을 ‘큰 양보’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북한식 외교술로 봐야 한다.

북한은 두 가지를 추구하고 있다. 첫째, 핵 동결이건 국제사찰이건 작은 일은 양보하는 척하면서 핵무기나 핵물질(플루토늄)은 절대 양보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둘째, 강경파를 상대로 ‘역(逆)햇볕정책’을 펴고 있다. 강경파의 입을 막고, 경제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외부 지원을 늘리려 하고 있다.

북한은 왜 이제 와서 이런 식의 합의에 나섰을까. 일단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곤란해할 요구를 하지 않았다. 고농축우라늄(HEU) 시인 요구도 없었고 핵무기 및 플루토늄 포기 요구도 없었다.

미국은 결국 ‘북한이 일부 핵무기를 갖더라도 추가 생산을 못하게 하는 동시에 외부 반출을 곤란하게 한다면 미국에 큰 손해가 없다’고 결론지은 것 같다.

결국 핵 포기의 전략적 결정을 북한이 내린 게 아니라 ‘일부 북한 핵 용인’이란 전략적 결정을 미국이 내린 꼴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