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는 “천막당사의 정신을 잊지 말자”며 당원들을 독려했다.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도 모처럼 서로에 대한 날선 비판 대신 한목소리로 정권 교체를 위한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이날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입을 모았다.
강재섭 대표는 “한나라당을 다시 살려 일으켜 준 것이 바로 천막정신”이라며 “천막정신을 반드시 살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박 전 대표는 “가장 깨끗한 정당으로, 가장 깨끗한 정치를 하자는 그 정신을 잊지 않는다면 어떤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다”며 “우리가 처절한 노력으로 이뤄 낸 정당개혁을 우리 손으로 허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더 깨끗한 정치로 더 깨끗한 정당으로 나아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은 축사에서 “많은 이가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지금 변하고 있다”며 “초심을 지키며 모두가 화합해 누구와 맞붙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막정신은 정당사에 없었던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천막정신을 주도했던 우리 박 전 대표에게 박수 한번 치자”고 해 박수를 이끌어 냈다.
원희룡 의원은 “한나라당이 변화와 개혁에 대해 자만해선 안 된다”고 했고, 고진화 의원은 “쓰러지지 않고 함께 가고자 했던 천막당사 정신으로 힘차게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 대표는 행사에 참석한 대선주자 4명의 천막당사 인연을 소개했다. 박 전 대표는 대표로 선출된 뒤 당사를 천막당사로 옮겼다.
이 전 시장은 당시 천막당사 터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당에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땅을 빌려줬다. 원희룡 고진화 의원은 천막당사가 마련되기 전 여의도 인근에 천막을 치고 당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
▽빅2의 휴전?=서로 눈도 잘 마주치지 않던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이날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축사에서 ‘천막정신의 주역’이라며 박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박 전 대표는 미리 배포한 연설문에 있던 ‘줄 세우기’ 논란을 겨냥한 ‘구태’ 등의 단어를 실제 축사에서는 쓰지 않았다. 또 이 전 시장이 축사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오자 박수를 치며 웃음으로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패널에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국민의 정당으로 정권 창출합시다’라고 적었다. 박 전 대표는 ‘천막당사 초심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천막당사는 2004년 3월 24일 박 전 대표 체제 출범 당시 ‘차떼기’ 대선자금 등 부패 정당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 당이 여의도공원 인근에 임시로 세운 당사로 84일간 이곳에서 당 회의 등이 열렸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