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표단, 대선에 더 관심

  • 입력 2007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같아요?”

15일 오후 베이징(北京) 주중한국대사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

린 6자회담 에너지·경제협력 실무그룹 1차 회의. 회의에 참석한 북한 측 인사는 한국 측 관계자와 만나자마자 대뜸 9개월여 남은 대선 얘기부터 꺼냈다.

이날 회의엔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남측 대표단과 7, 8명으로

구성된 북측 대표단, 그리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대표단이 함께 참석했다.

주제는 ‘2·13합의’에서 북한이 핵 폐기의 초기단계 조치를 이행하면 제공하기로 약속한 중유 5만t의 지원 시기와 구체적인 운송절차였다. 그러나 북측 인사들은‘염불’(에너지 지원)보다는 ‘잿밥’(남쪽의 정치 상황)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참석 인사들은 전했다.

“이명박 선생과 박근혜 여사 가운데 누가 대선 후보로 뽑힐 것 같습니까? 이 전 시장이 후보가 되면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북측 인사들은 마치 한국의 대선 분석을 위한 정보라도 캐내듯 꼬치꼬치 물었다고 한다. “손학규 선생은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의 국내 정치에 관한 북측의 이런 관심은 단순한 흥미 차원이 아니라는 게 외교소식통의 분석이다.

올해 대선에서 어느 당이 집권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 게 남측의 지원을 얻어 내는 데 가장 유리한지 계산하기 위한 탐색전의 의미가 크다는 것.

이날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장시간의 회의가 끝난 뒤 주중 대사

관이 마련한 만찬 자리에서 한 북측 인사는 남측 인사에게 은밀히 물었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도 이거(중유를 포함한 대북 지원) 계

속 이어질까요?”

결국 북측의 궁극적인 관심은 경제 지원이었던 셈이다. 특히 임기를 1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현 정부보다 다음 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펼 것인지, 대북 지원이 이후에도 계속될 것인지에 관심이 많았다고 복수의 남측 인사들은 전했다.

한편 이와는 달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외세의존병 환자들의 비굴한 추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전 시장과 박전 대표를 싸잡아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이 전 시장의 지난해 3월 미국 방문을 ‘친미 추태’로 몰아세웠다. 신문은 “남조선(남한)에서는 아직도 일신의 권세욕과 치부를 위해 외세를 할애비처럼 섬기며 그에 아부굴종하는 추악한 행위들이 계속 저질러져 민족을 망신시키고 있다”며 “서울시장이던 그는 미국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과거에 가난하던 남조선이 미국 덕으로 어떻게 됐다느니 하는 말을 내뱉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박 전 대표의 2월 방미를 겨냥해서도 “8박 9일 동안이나 미국 땅을 돌며 상전들 앞에서 아양을 떨다가 돌아왔다”고 비난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orionha@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