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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7일 1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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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일 뉴욕에서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 회담은 북한의 핵개발로 충돌을 빚어온 양자관계를 고려할 때 형식면에서 적지 않은 진전으로 평가된다.
2·13 베이징 합의에 따라 설치된 5개 분과위원회의 하나인 이번 회담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워싱턴-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힐 차관보는 6일 회견에서 "북한이 1970년대 미-중 수교 때보다 신속한 진전을 원해 사무소설치 이야기는 중단됐다"고 말했다. '선(先)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강경태도 때문에 (훗날의 일인) 관계정상화 논의가 구체적 진전을 보긴 어려웠음이 읽혀진다.
북한이 공식 문서에 거론하는 것조차 극력 반대해 온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를 핵 전문가 회담에서 논의하는 데 합의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힐 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거듭 '낙관한다'고 반겼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 속을 보면 그 속에는 북-미간의 불신감은 여전히 깊다는 것이 워싱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이 먼저 꺼냈다는 HEU 문제도 실상은 북한의 반복된 부인(否認)과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은 '우린 늘 말해 왔듯이 그런 게(HEU 프로그램)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이에 앞서 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의 핵전문가 그룹을 만난 자리에서도 "기왕에 생산한 무기급 플루토늄은 2·13 합의 대상과는 무관하다"고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북한 핵문제의 세 가지 핵심요소 가운데 영변원자로 이외에는 포기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 없다는 결론이 현재로선 나온다.
물론 다른 소식통은 '협상의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며 HEU 타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세웠다. 그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돈 2400만 달러 동결문제도 초반의 강경대치를 협상가들이 뛰어넘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속내를 거론하면서 '낙관은 빠르다'는 견해가 강했다. 힐 차관보가 첫 60일 합의이행에 자신감을 보이기는 했지만 2·13 합의 자체가 '쉬운 것부터 먼저' 원칙에 따라 영변 원자로 폐쇄, 사찰단 방북 및 검증, 한국 등의 중유 5만t 지원을 우선 이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10단계로 따져보면 2.13 합의는 '2.13 단계' 정도에 머문다"고 풍자했다. 다른 소식통은 "당분간 순항하겠지만 '완전한 핵신고' 단계에 이르러 HEU 및 무기급 플루토늄이 포함되느냐를 놓고 진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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