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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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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한국 ‘17세 이하 월드컵’ 대비 강훈
“자, 더 힘 내라우.”
5일 중국 쿤밍의 훙타종합스포츠타운 축구장. 북한청소년(17세 이하) 축구대표팀 선수 23명이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짧은 거리 달리기와 인터벌트레이닝 등 순발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히딩크식 체력훈련’이었다.
북한청소년대표팀은 8월 한국에서 열리는 2007 세계청소년(17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해발 2000m 고지인 쿤밍에서 한 달째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겨울이 특히 춥기 때문에 마땅한 훈련 장소가 없는 북한 팀은 지구력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마라톤 훈련 명소’인 쿤밍을 찾은 것이다.
이찬명(62) 북한팀 단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이 축구에 큰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선수들 사기도 높은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철저한 공격축구… 20일부터 제주전훈
북한은 지난해 아시아청소년(19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여자대표팀이 2006 도하아시아경기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국제무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북한청소년대표팀은 대한축구협회의 도움을 받아 20일부터는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안 감독은 “청소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남쪽의 잔디를 미리 밟아 보고 세계 수준급인 남쪽 대표팀과 평가전을 하면서 경험을 쌓기 위해 남쪽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안일범 등 스트라이커를 앞세운 공격축구를 지향하고 있다. 공격축구의 원동력은 강인한 체력. 북한 훈련 내용의 대부분이 체력을 키우는 데 맞춰져 있다.
북한 팀 주장인 김현은 “열심히 훈련해서 우리 동포의 국가인 남쪽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쿤밍=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약속의 땅’ 쿤밍…마라톤-축구등 年 2만여명 찾아
“헉∼, 헉∼.”
선수들의 숨소리가 몹시 거칠었다.
5일 중국 서남쪽 윈난 성 성도인 쿤밍 시 남쪽 하이겅훈련기지 육상트랙. 2007 오사카마라톤에서 2시간 23분 48초로 우승한 일본의 하라 유미코(25)는 트랙을 돌다가 힘에 겨워 훈련을 중단하고 말았다. 8월 열리는 2007 오사카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우승을 목표로 훈련하는 중이었다. 하라는 지난해 말부터 쿤밍에서 강도 높은 고지 훈련을 소화하고 올해 1월 오사카대회에서 우승한 뒤 2월 말부터 다시 고지 훈련을 하는 중이다.
하라를 지도하는 오모리 구뇨 교세라마라톤팀 감독은 “일본 여자선수들은 고지 훈련의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 하라가 오사카에서 우승한 것도 강도 높은 고지 훈련의 결과”라고 말했다. 쿤밍은 해발 1970m가 넘어 시속 6km로 속보하는 것도 일반인에게는 힘들 정도로 산소가 희박하다. 그래서 쿤밍은 마라톤의 도시다. 사계절 봄꽃이 피는 도시로 유명한 쿤밍은 고지 훈련의 최적 조건에 사계절 내내 뛰기에 알맞아 선수가 대거 몰려든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마라톤 챔피언으로 2시간 19분 12초의 기록을 보유한 노구치 미즈키(29), 2시간 19분 41초의 시부이 요코(28) 등 일본 여자 간판선수도 모두 쿤밍에서 고지 훈련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2000 시드니 올림픽 여자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다카하시 나오코(35)도 재기를 위해 최근 쿤밍을 답사했다.
쿤밍엔 중국대표팀 훈련소인 청궁훈련기지를 포함해 6개의 종합스포츠타운이 있다. 육상트랙과 우천시 트랙, 크로스컨트리장을 확보한 청궁이 가장 큰데 연간 5000여 명의 선수가 찾아 훈련하고 있다. 이 중 일본 선수만 300여 명. 중국 경보의 대부인 샤잉징(58) 청궁 책임감독은 “해발 1970∼3300m 고지가 펼쳐져 있어 고지 훈련에 적합하고 사계절 날씨가 좋아 마라톤 훈련엔 최적”이라고 말한다. 샤 감독은 “무엇보다 문화와 음식이 비슷해 아시아 선수들에게 최고의 훈련지”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육상단은 2001년부터 쿤밍을 찾고 있다. 현재 2004 서울국제마라톤 여자부 챔피언 이은정 등 여자선수들과 경보팀이 훈련 중이다. 김치와 된장찌개 등 한국 선수 입맛에 맞는 음식이 제공된다. 이런 조건 때문에 한국도 1990년대 초반 쿤밍에 대표팀 훈련소를 만들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쿤밍은 1990년대 초 마쥔런 감독이 이끄는 ‘마군단’이 세계를 경악시키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쿤밍에 본격적인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쿤밍엔 마라톤 훈련소뿐만 아니라 축구 농구 테니스 수영 빙상 등 다양한 스포츠시설이 갖춰져 있다. 특히 축구의 경우 청궁에만 10개, 훙타종합스포츠타운에 11개, 하이겅훈련기지에 12개 등 수많은 잔디구장을 갖추고 있어 2004 아테네 올림픽 한국대표팀이 훈련했고 전남 드래곤즈도 올해 초 전지훈련을 했다. ‘마린보이’ 박태환(17·경기고)도 2007 아시아경기대회 전에 쿤밍에서 훈련했다.
쿤밍=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고지대훈련 왜 좋은가
인체는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산소가 희박한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에서 훈련을 하게 되면 모자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혈액 내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능력이 커지게 된다. 즉, 헤모글로빈 1mg당 산소 운반 능력이 평소보다 훨씬 커진다. 물론 평지로 내려오면 다시 산소 운반 능력이 줄어든다. 하지만 고지에서 내려온 일정 기간 우리 몸의 혈액 내 헤모글로빈은 고지에서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산소를 운반하려는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보통 고지에서 내려온 후 2, 3주 후가 절정을 이룬다.
산소는 체내에 있는 에너지원(탄수화물, 지방)을 태울 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원소다. 마라톤은 레이스 막판엔 탄수화물을 다 소비해 지방을 태워서 에너지원으로 써야 하는데 지방은 탄수화물보다 1.4배의 산소가 더 필요하다. 결국 마라톤에선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능력을 키우는 게 기록 단축의 ‘지름길’이다. 물론 개인차, 고지 훈련의 기간 등 여러 변수가 있어 고지 훈련이 모든 선수에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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