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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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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의 대선후보 경선규정 결정 시한이 다음 달 10일로 다가오면서 여론조사 대선후보 지지도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경선 불참 가능성을 내비치며 국면 반전을 시도 중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 간의 신경전이 뜨겁다.》
○ 손학규의 셈법…‘판 흔들기냐 배수진이냐’
손 전 지사는 26일에도 “(경선 구도가) 이대로 간다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 참여를 지금보다 늘리는 방향으로 경선 방식을 바꾸고 시기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당내에서는 손 전 지사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경선에 불참하려는 것보다 기존의 이명박-박근혜 양강 구도를 흔들고, 동시에 국민 참여 비율을 최대한 높이는 쪽으로 경선규정을 바꾸기 위한 전략적 의도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경선 룰이 정해질 때까지 최대한 판을 흔들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악의 경우 손 전 지사가 실제로 경선에 불참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없지는 않다. 한 당직자는 “가능한 모든 행보에 대비한 배수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참여 비율을 높이고 경선 시기를 늦추자는 손 전 지사의 요구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이해관계와 엇갈려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손 전 지사의 배수진을 친 주장은 ‘다른 목적’이 깔린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 이명박-박근혜의 속내는
이 전 시장 측은 경선 방식과 시기 등 경선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당에 맡긴다는 게 공식 태도이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경선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는 게 내심이다.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공세가 가열되는 상황에서 시간을 끄는 게 결코 이롭지 않다는 것.
경선 방식도 국민 참여의 폭을 넓히는 쪽을 선호한다. 대의원과 국민의 참여 비율을 현행대로 할 경우엔 전체 참여 인원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 계획이다.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는 “시기와 방식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당원의 뜻을 모아 정한 것을 특정 후보의 유불리에 따라 바꿔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캠프 내에서는 “경선 시기는 좀 늦추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있다. 이 전 시장에 비해 뒤지는 여론 지지율을 만회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박 전 대표의 경준위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이 그동안 “9월로 경선을 미루자”고 주장한 것도 그 때문.
경선 방식은 ‘현행 방식을 유지하자’는 쪽이다. 당내 기반이 그만큼 튼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대의원과 국민 참여 비율은 손대지 않고 전체 수를 다소 늘리는 데 대해서는 반감이 크지 않다. ‘시기 연기’와 ‘방법 변경 불가’ 중에서는 후자에 무게가 실린 분위기다.
○ 경선 시기와 방법 최종 향배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우선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합의가 결렬돼 현 규정대로 경선을 치르는 것이다. 이 전 시장 측은 시기(6월)를 고집하고, 박 전 대표는 방식(당원과 국민 참여비율 5 대 5)을 양보할 수 없다고 끝까지 맞서면 절충이 안 되기 때문.
둘째 시나리오는 이 전 시장이 시기를 조금 늦추고, 박 전 대표는 선거인단 비율은 유지하면서 국민 참여 규모를 확대하는 쪽으로 조금씩 양보를 하는 것. 시기는 7월 말이나 8월 초로 하면서 선거인단 규모를 현재의 최대 5만 명에서 2배 이상으로 늘리는 안 등이 거론된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시장 퇴임 후 첫 당사 방문 ‘당심’ 잡기 나서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당심(黨心)’을 잡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26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를 찾아 사무처 직원들을 격려한 뒤 오찬을 함께하며 “당의 화합을 위해 다른 후보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거나 검증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필요한 검증을 달게 받겠지만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하지 않는 것이 당의 화합에 일조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이미 검증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검증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검증 문제가 나와 국민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며 “사무처 직원들도 당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전 시장의 당사 방문은 지난해 6월 말 시장 직을 퇴임한 뒤 처음이다. 염창동 당사는 박근혜 전 대표가 어려웠던 여의도 ‘천막당사’ 시기를 넘기고 마련한 새 보금자리로 박 전 대표의 ‘안방’ 같은 곳이다.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와 2년 동안 함께했던 당 사무처 직원들과의 첫 대면식을 가짐에 따라 대선주자들의 ‘당심 잡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은 당사 곳곳을 누비며 사무처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사진 촬영도 함께하는 등 ‘간극’을 좁혔다. 오찬에는 사무처 직원 150여 명 중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朴 “경선 연기 공식의견 아니다”
“원칙 훼손 안돼”… 경준위 대리인 입단속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당의 경선 규정을 바꾸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거듭 밝혔다. 경선 시기와 방법을 모두 현행 당헌 당규대로 하자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선 시기를 9월로 미루는 것이 캠프 견해냐”는 질문에 “그것은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 개인 생각일 뿐이며 원칙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준비위원회에 대리인을 보낸 것은 경선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절차를 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지 경선 규정을 바꾸라는 것은 아니었다”며 “(캠프와 대리인에게) 앞으로는 개인 생각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상황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는 것이 누구에게 유리할지 지금은 알 수 없다”며 “유불리를 떠나 원칙은 이해당사자의 편의에 의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후보는 당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후보 몇 명이 동의했다고 당이 공들여 만든 규정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선 규정을 바꿀 만한 명분이 있다면 절차를 거쳐 당원의 뜻에 맞게 수정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폭탄주라는 이름 때문에 전국에서 밤마다 폭탄이 터져 세상이 각박해진 게 아닌가 싶다”며 “그 대신 ‘화합주’나 ‘융합주’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孫 “경선 이대로 간다면 뭐하러 하나”
“당에서 선언문 툭 꺼내 올가미 씌우려 해”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6일 한나라당 경선과 관련해 “특정 후보를 위해 들러리 세우는 경선 룰과 절차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전남 목포시의 한 예식홀에서 열린 목포상공회의소 초청 특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지지율이 그대로 굳어진다면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겠느냐”며 “(현재 지지율을) 기정사실화하고 들러리를 세우려고 하니까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5일 대선주자 조찬간담회의 선언문 발표 논란에 대해 “그런 문건을 내지 않기로 했는데 갑자기 툭 내미는 게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당이) 올가미를 씌워 나쁜 놈을 만들어 마녀사냥 식으로 하겠다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탈당 등 다른 행보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런 예측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나의 정도를 걷겠다”고 답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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