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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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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 훈 씨
노 대통령은 취임 초인 2003년 7월 TV 프로그램에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을 청소년 권장도서로 추천했으며,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을 때도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자신을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도 물러나지 않는 충무공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씨는 “12척으로 330척을 무찌른 명량해전의 승전이 많은 정치 지도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그것은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현대 사회의 지도자는 적이 330척을 가지고 들어올 때 내가 12척밖에 없는 사태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건 이순신 시대에 이순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중세 시대의 이야기”라며 “‘칼의 노래’를 끌어다 위정자들이 12 대 330의 비유를 말하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낮은 지지율을 명량해전 당시 충무공의 처지에 빗대어 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여권 정치인들과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노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씨는 ‘노 대통령이 12척으로 전장에 나서려 하는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것은 잘 모르겠는데, 그건 소설이고 소설과 현실은 전혀 다르다”며 “소설을 읽고 (자신의) 선택에 적용하려는 것은 답답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런 게임의 구도가 없도록 해야 하며 적이 300척이 들어오면 나는 최소한 200척을 가지고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소설은 무인(武人)이 읽어야지 지도자가 읽을 책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는 말에 대해 “그렇다”면서 “무인이라도 현대 무인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강원택 교수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할 때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책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의 저자인 강원택(정치학) 숭실대 교수는 대연정 제안을 이렇게 평가했다.
강 교수는 “내 책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정치자금 등 정치개혁 관련 내용을 학술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책에서 ‘연정’을 언급한 적이 없는데 대통령이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내 책과 연계시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고 회상했다.
강 교수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력을 야당과 나눠 갖는다는 개념은 대통령제에서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강조했던 ‘책임총리제’에 대해서도 “대통령제에서는 국무총리가 일정 부분 이상의 권위나 영향력을 갖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해찬 전 총리와 한명숙 총리를 비교해 보면 누가 실세 역할을 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느냐. 책임총리는 그저 대통령이 총리에게 얼마나 권한을 부여하고 믿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
그는 “정치개혁의 부분만 봤을 때 노 대통령이 돈 선거 해결, 정당 민주화 등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노 대통령이 자신의 이상을 지나치게 ‘교조적’으로 해석해 부작용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대통령의 정당 지배를 막겠다고 시작한 ‘당정 분리’를 대통령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해 ‘대통령이 여당과 따로 정책에 대해 의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21세기 한국정치경제모델’ 윤영관 前외교
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윤 교수의 ‘21세기 한국정치경제모델’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뒤 당선되고 나서 다시 한 번 정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윤 교수를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에 기용했다.
‘21세기 한국정치경제모델’의 요지는 수십 년간 집중된 정치·경제·사회권력의 분산을 통해 효율적 시장경제와 실질적 민주주의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노 대통령이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정치적 중립을 어느 정도 보장했고 정경유착도 거의 해소했다는 점에서 정치권력 분산이 성과를 거뒀다”며 “기업 총수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이사회에 힘을 싣는 등 경제권력의 분산도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의 분산된 권력이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도록 하는 새로운 ‘게임의 룰(규칙)’과 이를 이끌어 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묻자 직설적 비판을 삼간 채 “외교는 한미 협력 관계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의 변화는 국내적으로 큰 역동성을 가져오기 때문에 (외교부 장관 재임 중) 외교적으로는 안정을 추구하려 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난해 7월 한국중등교육협의회 특강에서 “동맹을 해체해서 자주를 아무리 많이 구가해도 정작 국가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외교적으로 고립돼 버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외교에서 ‘안정’을 추구하려던 자신의 생각과 다른 현 정부의 ‘자주외교’ 노선을 비판한 적이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쾌도난마 한국경제’정승일 교수
정 교수는 “일각에서 노무현 정부를 좌파라고 하는데 일부 복지정책 빼고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펼쳤다”며 “현 정부가 여전히 이데올로기 혼란 속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진보성향의 경제학자인 정 교수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재벌 개혁과 노동문제, 경제개혁 등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해 대담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정 교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유일하게 잘된 게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라며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체계적으로 장기적인 복지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노사 정책에 대해 “성과 없는 단편적인 정책”이라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부동산 보유 여부뿐만 아니라 소득과 금융 자산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보유세를 부과해야 하는데 단지 보유 여부만 갖고 세금을 부과해 많은 서민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강남 아파트에 사는 소득 없는 노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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