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 위험하게 하는 행동 자제를”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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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고려청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청자를 교황에게 선물했다. 바티칸=김경제 기자
15일 오전(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고려청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청자를 교황에게 선물했다. 바티칸=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25분간 면담했다. 한국 대통령이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난 것은 2000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노 대통령은 “이렇게 알현을 허락해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한 뒤 “교황 성하(聖下)는 2005년 성탄 미사 때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고, 올해 초엔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화해를 촉구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많은 조언과 역할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교황은 “북한 핵 문제의 위험은 교황청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큰 우려 사항”이라며 “관련 당사자들이 현재의 긴장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협상을 위험하게 하는 어떤 제스처나 행동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내가 한국 국민의 (분단) 고통을 영적으로 함께하고 있음을 전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은 “교황은 북한에 대한 지원, 특히 어린이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여러 번 언급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교황이 한국에 두 번째 추기경을 서임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시하고 방한을 요청했다. 교황은 “체력이 허락하면 언젠가는 가겠다”고 답했다.

교황은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메달을, 노 대통령은 고려청자를 각각 선물로 주고받았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이 평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 온 교황과의 면담을 계기로 자신의 대북 평화노선 추진에 명분을 보태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노 대통령의 교황 면담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2000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면담한 후 6월에 남북정상회담을 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 여부에 대해서도 “움직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청와대 측도 북핵 6자회담 타결로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파란불’이 켜진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6자회담 진전이 정상회담을 위한 충분조건이라고 보기엔 이르지만 남북 관계 진전의 중요한 요건은 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티칸=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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