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남 이번엔 베이징 출현…6자회담 진행 중에 왜?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정일 생일 참석위해 중도기착 가능성
일부선 “홍콩계좌 해명하러 왔을 수도”

중국 마카오에 3년째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5)이 11일 오후 극비리에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이날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짙은 검은색 선글라스에 모자를 눌러쓰고 작은 가방 하나만 둘러멘 청바지 차림의 김정남을 처음 목격한 일본 방송국 카메라 팀이 그에게 “김정남이 맞느냐” “일본어를 할 줄 아느냐”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 입국 수속을 하던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어 다른 외신기자들이 그를 알아보고 몰려와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6자회담이나 금융제재 같은 것과 관계없다”며 “그냥 개인적 일로 왔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그는 또 “조만간 북한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죄송합니다. 이러지 마시고요. 길 좀 비켜 주세요”라며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는 이후 오후 5시경(현지 시간) 시내 K호텔에 여장을 푼 뒤 2, 3분 뒤 내려와 공항에서부터 따라간 외신기자들과 다시 맞닥뜨렸다. 한 기자가 북한 지도자 자리를 물려받게 될 것인지를 물은 데 대해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베이징에 얼마나 머무를 계획이냐는 질문에도 “며칠간 묵을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미리 대기시켜 놓은 벤츠 승용차를 타고 서둘러 시내로 빠져 나갔다.

다수의 일본 기자를 포함한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이 K호텔 앞으로 몰려와 그를 장시간 기다렸으나 김정남은 이날 밤 12시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김정남은 K호텔에 가명으로 체크인을 한 듯 호텔 숙박자 명단에는 이름이 없었다. 이날 밤 늦게까지 기자들이 따라붙자 숙소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베이징에 올 때 ‘김철’이라는 이름의 여권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베이징으로 향하기 전 마카오 공항에서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북한 말씨로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남이 베이징을 방문한 이유는 아버지 김 위원장의 생일(2월 16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또는 15일 베이징을 출발해 평양으로 가는 북한 고려항공 비행기 편을 이용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남은 지난달 말 마카오에서 언론에 노출되기 직전에도 베이징에서 6, 7주간 머물며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이달 초 보도했다.

그러나 그의 답변과는 달리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와 모종의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가 6자회담에서의 BDA은행 문제 협상 진척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베이징에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홍콩에 개설한 계좌와 관련해 홍콩 당국에서 해명을 요구받은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6자회담이 끝나기 전에 자신의 계좌가 돈세탁과 관련된 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미국 측에 설명하기 위한 급히 베이징으로 왔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돈다.

베이징에서는 이날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가 나흘째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은 김정남의 베이징 방문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김 위원장과 그의 첫 번째 부인인 영화배우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은 제네바대를 졸업한 뒤 한때 국가안전보위부에 근무했다. 2001년 일본에서 불법 입국이 발각된 뒤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후 그는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해외를 떠돌고 있어 후계구도에서 탈락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