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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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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 글이 올라 있는 사이트는?=경찰이 친북 글이 다수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한 12개 시민사회단체 중에는 친북 성향으로 꼽히는 단체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 단체들은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후에도 북한이 아니라 미국을 비난했고 주한미군 철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반대, 을지포커스렌즈 연습 반대 등 북한과 비슷한 주장을 하곤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장 많은 친북 관련 게시물이 올라 있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과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등이 소속돼 있다.
이 단체는 8일 6자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태도 변화가 6자회담 성패를 가름한다’는 논평을,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에는 ‘핵실험은 미국이 빚어낸 결과’라는 논평을 냈다.
282건의 친북 관련 글이 올라 있는 한국청년단체협의회는 2004년 법원으로부터 “남한사회를 미 제국주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북한의 선군(先軍)정치를 찬양하며 주한미군 철수, 인민민주주의 혁명 등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적단체로 판결 받은 단체다.
▽노골적인 북한 찬양이 주류=경찰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글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는 정도가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는 찬양 문서들이다.
반제민전 중앙위원회 명의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홈페이지에 지난달 18일 올려진 ‘21세기의 태양이신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께’ 제목의 글에는 “지난해 10월 9일 이북에서 진행된 성공적인 핵실험은 세계사적 사변이며 민족사의 대경사로서 위대한 선군정치가 안아온 가장 빛나는 특대업적이었습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달 27일 범청학련 남측본부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에는 “북의 자위적 전쟁억지력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고 존엄이며 영예”라며 “선군 덕이 있어 이 땅에서 반세기 이상 평화가 유지되고 6·15공동선언이 태어날 수 있었으며 금강산 관광길도 개성공단 건설도 있는 것”이라며 선군정치를 옹호하는 내용도 있다.
경찰은 지난달 8일 K(37)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K 씨는 2003년부터 3년 동안 ‘민족정기구현회’ 등 각종 시민사회단체에 ‘승리’라는 필명으로 ‘민족의 태양, 김일성 만만세’ ‘반민족 대단결 운동은 조국통일의 확고한 담보이다’ 등 북한을 찬양하는 문서 1850건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004년 6월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친북 글 80여 건을 한나라당과 언론사 홈페이지에 올린 혐의로 서울 유명 대학 교수 출신 N(55) 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K 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런 글을 사이트에 올리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고 N 씨는 “사회에 경각심을 울리기 위해 올렸다”고 주장했다.
친북 관련 글은 주로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이 쓴 글들을 퍼다가 포털이나 시민사회단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반제민전이 직접 올린 듯한 글들의 경우 미국, 일본 등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제민전의 글을 옮겨다가 국내에서 퍼뜨리는 곳은 많은 사람이 함께 컴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컴퓨터 인터넷 주소(IP) 추적이 되더라도 누가 올렸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운 PC방 같은 다중 이용시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민사회단체 홈페이지에 친북 관련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IP를 추적하려면 홈페이지 관리 운영자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단체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협조하지 않고 있다.
▽대선 겨냥한 글 급증=경찰은 올해 들어 각 시민사회단체 인터넷 사이트에 친북 글이 ‘조직적으로’ 게시되는 징후를 포착하고 내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평소(월평균 약 100건)보다 4배가 넘는 430여 건이 올라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올해 초 북한이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남한 대선 개입’을 대남전략으로 천명한 것과 인터넷에 친북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글에 반(反)한나라당 세력 결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8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게시판에는 ‘구국전선’의 이름으로 ‘반통일집단 한나라당의 역대 용공조작 책동을 만천하에 고발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특히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95돌 생일 기념행사와 맞물리면서 친북 관련 글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북 글, 경찰도 삭제 어려움=경찰이 각종 사이트에서 노골적으로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글을 삭제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이 국가보안법에 위배될 만한 글들을 골라 정보통신부에 삭제 요청을 하면 정통부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열어 삭제 요청 여부를 결정해 해당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시정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어서 해당 단체들이 삭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은 정통부에 친북 관련 게시물 3889건에 대해 삭제 요청을 했지만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1400여 건만 삭제됐을 뿐 시민사회단체들의 사이트에 올려진 글은 거의 삭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이 7월 발효되면 친북 글 삭제가 다소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장관이 홈페이지 운영자에게 국보법 위반 소지가 있는 글의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北 작년 南비방 1365건… 盧정부 유감표명 3건뿐”▼
지난해 북한이 중앙방송과 평양방송, 중앙통신을 통해 남한을 비방한 것은 모두 1365건으로 월평균 112건에 이르지만 정부가 대응한 사례는 3건에 불과하다고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8일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배포한 국회 대정부질문 원고에서 통일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밝히고 “현 정부는 말만 많고 북한에는 벙어리”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북한의 내정 간섭에 대한 정부의 대응 사례는 △2006년 6월 안경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장의 한나라당 비난에 대해 통일부가 두 차례 유감을 표시하고 △2006년 6·15공동선언실천 북측 대변인이 한국 정부를 비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북한이 올해 들어 신년 공동사설에서 ‘대선을 계기로 매국 친미적인 세력을 매장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이자’고 하는 등 반(反)한나라당 정서를 계속 선동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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