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밥상 김샐까 몸조심 野오찬 불참 대단히 오만”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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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오찬 참석한 열린우리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1일 청와대 오찬에서 개헌 제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밝히고 있다. 김 의장은 “가능하면 여야 합의를 조용하게 이루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석동률 기자
청와대 오찬 참석한 열린우리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1일 청와대 오찬에서 개헌 제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밝히고 있다. 김 의장은 “가능하면 여야 합의를 조용하게 이루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11일 청와대 오찬 회동은 낮 12시부터 1시간 40분간 진행됐다. 점심 메뉴는 삼계탕이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 4당 대표들이 전날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청와대는 이날 오전 급히 여당 비상대책위원 및 상임고문단을 초청하는 것으로 바꿨다.

야 4당은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정략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데다 ‘다음 정권에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불참을 결정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박명광 이미경 의원 등 비상대책위원 4명, 상임고문단인 정대철 신상우 전 의원, 김덕규 정세균 천정배 의원, 원혜영 사무총장, 강봉균 정책위의장, 우상호 대변인이 참석했다. 나머지 비대위원 10명은 해외 또는 지방에 머물고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오찬이 시작되자마자 이날 초청에 불응한 야당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그는 “오늘 초청했는데, 초청 자체를 거부해 버렸는데,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대통령이 하도 우스우니깐 이제 초청 같은 데 응할 필요도 없다는 이런 오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결국 지금 이런저런 차기 후보 가지고 여론의 지지가 좀 높으니깐 마치 받은 밥상으로 생각하고, 혹시 받은 밥상에 김샐까 봐 그렇게 몸조심하는 모양인데, 그건 대단히 오만한 자세다”고 비난했다.

이날 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주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우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통합신당 추진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완전히 없애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통합신당도 좋고 이름을 바꿔도 좋다. 다만 당의 정체성과 창당정신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밝혔다. 이 참석자는 “노 대통령이 ‘당에 개입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처연해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참석자는 “당에서 알아서 잘해 달라는 뉘앙스였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은 “대통령제 하는 나라보다 내각제 하는 나라가 부럽다”고 말했다고 강 정책위의장이 이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우 대변인은 “내각제보다는 책임정치에 방점이 찍힌 발언이었다”며 “과거 종종 말하던 독일의 슈뢰더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되풀이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전 회동과 오찬 자리에서 “개헌에 대한 부정적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 당적 정리나 중립내각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거듭 말했고, 노 대통령은 “개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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