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당초 연말에 일부 장관과 비서실 개편을 단행하려 했으나 여권의 유동적인 정치 상황을 고려해 새해로 짐을 넘겨 놓은 상태다. 28일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간 전격 회동으로 여권의 통합신당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은 노 대통령의 고민을 더해 주고 있다.
▽한명숙 국무총리의 거취=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인 한 총리의 거취다.
한 총리 측은 당분간 당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청와대는 한 총리의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임 인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한 총리도 자천타천으로 여권 내 대선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마냥 내각에 붙들어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총리가 교체될 경우 후임에는 전윤철 감사원장과 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공직자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 원장은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 임기 말 공직사회를 다잡기 위한 적임자”라고 말했다. 전 원장이 총리로 옮겨 갈 경우 후임 감사원장엔 한 전 부총리가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수요가 생기면 수시로 한다”=청와대는 몇 개의 부처를 묶는 일괄 개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개각 요인이 생기면 수시로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얘기다. 이른바 ‘순차개각론’이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복귀를 선언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1차 개각 대상이다. 정 장관은 내년 1월경 당에 복귀해 새 지도부 진입을 노리고 있다. 정 장관의 후임은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영주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나머지 정치인 출신의 교체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각에 남을 뜻을 밝혔고, 박홍수 농림부 장관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농민 대책 차원에서 당장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내년 여권의 정치 지형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통합신당파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노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할 경우 노 대통령의 탈당 등 돌발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개각을 앞둔 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서실 개편=내각 개편과 함께 검토됐던 대통령비서실 개편은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 이병완 비서실장도 유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병완 실장’ 체제도 내년 초 정치권의 풍향과 맞물려 있어 임기 말까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실장이 중간에 교체될 경우 후임엔 노 대통령의 ‘복심’인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신계륜 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 전 수석은 비서실장직 제안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병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도 임기 말 비서실장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비서실장 교체가 이뤄지는 시점을 전후해 일부 수석비서관의 개편도 뒤따를 전망이다. 현재 인천 출신인 박남춘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내년 상반기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후속 비서관 인사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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