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실장이 밝힌 ‘盧대통령 퇴임하면…’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후) ‘국회의원 한번 출마해 볼까’라고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말한 적은 있다.”

이병완(사진) 대통령비서실장은 18일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보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실장의 이 발언을 노 대통령이 퇴임한 후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농반진반이라는 말은 노 대통령의 ‘국회의원 출마’ 얘기에 진심도 담겨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 보도가 나간 뒤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해명했고, 오마이뉴스는 이날 오후 ‘농반진반으로’라는 표현을 ‘농담으로’로 고쳐서 게재했다.

▽퇴임 후 어떤 정치?=하지만 이 실장의 이날 발언에는 노 대통령이 퇴임한 후 다양한 정치 사회적 활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 곳곳에 들어 있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은 올해 환갑을 맞았고, 이제 40, 50대 대통령도 나올 텐데 그런 대통령들이 퇴임한 후 사저에만 있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퇴임한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것은 맞지 않지만 정치 문화나 사회적 요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실장은 “대통령이 은퇴 문화에 대한 외국 사례를 모아보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고 소개한 뒤 “은퇴 문화를 새롭게 모색한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생각을 가다듬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재임 기간의 경험을 어떻게 사회화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연구도 하고 저술 강연 활동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정치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8월 말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들과의 비공개 행사에서 “퇴임한 뒤에도 언론 정치 부분은 손을 놓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퇴임 후 정치 참여 가능성을 밝힌 적이 있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이 ‘영남 야당’을 각오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분명한 것은 ‘영남당’이라는 것은 곡해된 의견이다. 지난번 대통령 편지에서도 밝히셨지만 영남당도, 호남당도 열린우리당이 지향해 온 가치가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퇴임 대통령은 ‘조용히’=이 같은 청와대의 기류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노 대통령은 국정 실패 책임론이 있는 만큼 최소한 다음 총선 때까지는 조용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순철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영역의 최고 권력을 가졌던 대통령이 다시 정치에 뛰어들면 계속 과거의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 등 미국 전직 대통령들도 자기 금도를 지켜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생문제 해결 못해 지지도 하락”=이 실장은 이날 노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와 관련해 “부동산 파동 등 민생 문제에서 정부와 청와대가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국민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정치 문화에서 당대에 성공한 대통령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오히려 성공한 대통령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실정(失政)을 합리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대선 승리 4주년인 19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특별한 행사를 열지 않을 계획이나 노사모 등 친노 계열 단체들은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념 강연회’를 연다.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마을 주민들도 19일 축하행사를 열 계획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