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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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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평화협정 체제 논의는 핵 폐기 과정의 막바지 단계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북한이 초기 이행 조치에 합의하면 곧바로 워킹그룹이나 별도의 포럼을 만들어 평화협정 체제 논의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방침은 한국과도 사전 논의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송민순(사진) 외교통상부 장관이 13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 폐기 과정이 손에 잡히는 단계에 들어가면 상응 조치도 탄력적으로 취해질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초기 이행 조치는 구체적으로 평북 영변 5MW 원자로 및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가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재입국 허용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한이 핵 폐기에 나설 경우 노 대통령,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6·25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은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한이 초기 이행 조치에 합의할 경우 대북(對北) 쌀 차관 제공 및 비료 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쌀 차관 제공 및 비료 지원을 중단했다.
정부는 북한이 최근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으며 6자회담 복귀 결정을 내리게 된 데도 식량 문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송 장관은 13일 브리핑에서 대북 식량 지원 재개 가능성에 대해 “북측이 취하는 조치에 맞춰 탄력적인 자세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한의 초기 이행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북한이 대북 금융제재 조기 해제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철회 등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미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초기 이행 조치에 상응하는 대북 중유 제공 등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북한을 제외한 회담 참가국들이 이견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송 장관은 “이번에 열리는 제5차 2단계 6자회담에서 손에 잡히는 조치에 합의할 수 있을지, 아니면 3단계 회담으로 가야 할지는 협상을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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