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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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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로 구속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전 부의장 강순정(76·사진) 씨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장문의 충성서약문을 보냈고 이 서약문이 평양에 전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공안 당국에 따르면 강 씨는 2002년 초 김 위원장의 60회 생일을 즈음해 4m 길이의 화선지에 붓으로 쓴 충성서약문을 캐나다에 있는 대남공작원 K 씨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 이 서약문은 현재 평양에 있는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부근에 전시돼 체제 선전에 이용되고 있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충성서약문에는 ‘지도자 동지의 60회 생일을 충심으로 축하드린다. 인공기만 봐도 눈물이 날 정도로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며 “강 씨는 집 안에 김일성 사진도 걸어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강 씨가 2005년 맥아더 동상 철거운동과 2006년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주한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에 참여한 것도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으로 공안 당국 수사에서 드러났다. 강 씨는 또 북한 체제 선전용 비디오테이프 21개를 K 씨에게서 전달 받아 국내 진보단체 인사들에게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K 씨는 대남간첩 양성교육인 ‘밀봉교육’을 받은 공작원으로 국내에서도 강 씨와 두 번 만났다”며 “K 씨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 씨는 1994년 강 씨가 간첩 혐의로 처음 구속될 당시 국가 기밀을 넘긴 것으로 밝혀졌던 공작원과 동일인이다.
강 씨는 2001년경부터 최근까지 모두 26차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주한미군 철수계획’, ‘국가보안법 보호관찰인 동향’ 등의 국가 기밀을 포함해 500여 건의 문건을 북측에 넘긴 혐의로 1일 구속됐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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