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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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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업적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 희망제작소 사무실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만나 ‘여권에서 대선후보 영입 얘기가 계속 나온다’고 하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박 이사는 그러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치다”고 강조했다.
희망제작소는 민선 4기 시장·군수 당선자들을 모아 ‘시장학교’를 열기도 했고,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 몇몇 지자체에 제시하기도 했다. 대선에 나가는 것만이 정치는 아니며, 아이디어를 현실에 접목해 풀뿌리 시민의식을 높이는 이런 일이 바로 정치라는 것.
시민사회 세력의 대표주자라는 점, 특정 정치세력에 치우치지 않고 공익적인 활동에 주력해 온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했지만 고향은 경남 창녕이다. 그래서 박 이사는 여권의 대선주자가 갖춰야 할 시대정신과 지역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정작 박 이사는 대선에는 별 뜻이 없는 듯하다. 지인들도 그렇게 말한다. 박 이사와 가까운 한양대 예종석 교수는 “그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기존 정치의 틀에 들어가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는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만일 그가 ‘정치’를 한다면 기존 정치권에 편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독일 녹색당 같은 대안 정당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혁규-강금실 등 자천타천 잠룡그룹에
영남 출신인 열린우리당 김혁규 전 최고위원은 최근 부산 경남지역 인사들은 물론 당내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그룹과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내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역시 영남 출신인 김두관 전 최고위원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등 노 대통령 지지 세력과 가깝다는 점에서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정배 의원은 ‘민생 개혁세력 대결집’을 기치로 이미 대선 도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은 ‘여성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각각 서울시장 선거와 17대 총선에서 패배의 아픔을 겪었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맞설 수 있는 ‘여성 대항마’란 측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 전 장관은 8월 외교통상부 여성인권대사로 임명돼 현역 장관 시절 못지않은 왕성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추 전 의원은 모교인 한양대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민주개혁세력이 결집하자는 ‘용광로론’을 펴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총리 재임 시절 “나는 대선에 관심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1997년 대선 승리를 통한 김대중 정부 탄생과 2002년 정권 재창출,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여권에 일정 지분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대안 후보로 거론된다. 여권의 취약지인 영남 출신인 데다 미래 비전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당에 복귀할 예정인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직후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와 의장을 겸임하면서 리더십을 한 차례 검증받았다. 정 장관은 대선 도전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관리형 당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정 장관과 함께 당 복귀가 유력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고 싶다”며 대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분열하는 상황이 생기면 노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계승하는 정파의 대선 후보군에 이름이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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