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운항 정기선 추싱호 부산세관 검색 현장

  • 입력 2006년 11월 4일 03시 04분


코멘트
부산세관과 해양경찰청, 부산동부경찰서 관계자들이 3일 부산항 3부두에 입항한 추싱호(2283t급)를 검색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매주 한 차례 부산항과 북한 나진항을 오가는 중국 선적 화물선인 추싱호는 부산항에 들어와 위조담배와 마약을 제3국으로 보내려다 9차례 적발된 적이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부산세관과 해양경찰청, 부산동부경찰서 관계자들이 3일 부산항 3부두에 입항한 추싱호(2283t급)를 검색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매주 한 차례 부산항과 북한 나진항을 오가는 중국 선적 화물선인 추싱호는 부산항에 들어와 위조담배와 마약을 제3국으로 보내려다 9차례 적발된 적이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배가 들어온다.”

3일 오후 2시 부산세관 종합상황실. 부산세관 최규완 감시국장이 폐쇄회로(CC)TV 화면을 지켜보다가 직원들에게 비상을 걸었다. 북한 나진과 부산항을 매주 한 차례 오가는 국내 유일의 남북 정기 운항선 ‘추싱호’(2283t급)가 3부두 37선석(船席)으로 들어온 것이다.

추싱호는 마약과 위조담배를 제3국에 보내려고 부산항에 들여왔다가 9차례나 적발된 적이 있다. 부산세관은 이 배를 ‘중점 감시 선박’으로 지정해 검색해 왔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후 검색을 한층 강화했다. 미국이 북한 핵실험 이후 핵물질을 감시할 수 있는 방사능 탐지장비를 부산항에 설치하자고 한국 정부에 제안한 것도 추싱호 때문이다.

▽“담배는 반입 금지”=부산세관 감시국 소속 입출항수속조 2명과 선박검색조 2명이 추싱호에 승선했다. 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도 동행했다. 기자는 국내 언론에서는 처음으로 추싱호에 승선해 검색 과정을 살펴봤다.

검색조는 선원 및 물품이 신고 서류와 일치하는지 확인한 뒤 19개 선실과 기관실, 조리실 등을 샅샅이 뒤졌다.

“담배가 134보루나 있어요? 한번 봅시다.”

선박검색조 2명이 물품 목록을 본 뒤 선원에게 ‘담배 창고’를 열라고 지시했다. 한 선원이 “선원들이 항해 도중 피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세관원은 담배 상자를 일일이 열어 확인한 뒤 ‘봉인 조치’를 명령했다. 봉인은 출항 직전 세관원이 다시 물품을 확인한 뒤 해제한다.

선실 검색이 끝난 후 컨테이너 71개와 벌크화물 62t에 대한 검색이 시작됐다. 대구포, 말린 버섯, 말린 새우, 호박 등 대부분 북한 농수산물이었다.

일반 선박은 전체 컨테이너의 2% 정도만 골라 X선 검사를 하지만 추싱호는 30% 이상 검사한다. 세관은 북한 핵실험 이후 검사 비율을 더 높였다. 이날 컨테이너 19개를 X선 검사했지만 위험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북한 나진항이 더 무서워”=추싱호는 중국과 한국 민간 합자회사인 동룡해운이 운영하고 있다. 선원은 모두 중국인이다.

추싱호가 나진에서 부산항까지 오는 데는 대개 이틀이 걸린다. 부산항에서는 12시간가량 정박하고, 나진항에서는 매주 이틀 정도 머문다.

일등항해사인 중국인 궁원보(32) 씨는 “북한에서는 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검색을 받는다”며 “나진항에 정박하면 군인들이 출항 때까지 총을 들고 배를 감시해 항구를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철저한 검색을”=동룡해운 김창진 부산사무소장은 “마약과 위조담배 밀수선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검사를 더 철저히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3년째 적자를 보고 있다”며 “수입 업체들이 북한 핵실험 이후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물자를 운송하려고 해 지금은 화물이 약간 늘었지만 조만간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부산항에는 아직 폭발물이나 방사능을 탐지할 수 있는 검사 장비가 없다. X선 검사로 마약이나 위조담배 등을 적발할 수 있지만 핵무기 등을 숨겨 들여올 경우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오병태 부산경남본부 세관장은 “추싱호에서 안보 위험 물질이 발견되면 국제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국가정보원, 해양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철저히 검사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