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략지침 하달” → “사실 아니다” 발표 이틀만에 번복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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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위 결과도 엇박자

미국의 핵우산 보장 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해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전략지침이 하달됐다고 밝혔던 국방부가 이틀 만에 이를 번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안기석(해군 소장) 합참 전략기획부장은 19일 제28차 한미 군사위원회(MCM)가 끝난 뒤 “한미 양국이 MCM을 통해 벨 사령관에게 핵우산의 구체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전략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구체화하는 상황에서 MCM이 중대 안보현안 발생에 대비한 군사명령을 벨 사령관에게 내려 보냈다는 소식은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틀 뒤인 21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벨 사령관에게 핵전략이나 계획을 짜라는 전략지침이 하달되지 않았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19일에도 일부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문이 확산되자 안 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벨 사령관에게 별도의 핵 운영 관련 지침이 내려진 사실이 없었다는 미 국방부 관계자의 언급이 맞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작전계획과 관련된 사항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설명이 부족해 사태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합참의 핵심 관계자가 전략지침 하달과 같은 중대현안을 잘못 얘기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당시 안 부장이 MCM 논의 결과를 미국 측과 충분한 조율 없이 한국 언론에 공개한 데 대해 미국 측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미 양국의 합참의장이 주재한 회의 결과가 발표 며칠 뒤 정면 부인되는 상황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한미 군 당국 간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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