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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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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 사흘째 되던 12일 국방부는 올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에 합의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 상황이 변한 만큼 시기 합의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 관계자는 “언론에서 자꾸 합의가 안 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군의 한 관계자는 “전시작전권 환수의 핵심 요건은 한국군의 능력과 안보 여건인데 두 가지 모두 충족되지 못했다는 게 군내 대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허점투성이 안보 시스템=북한 핵실험에 대한 징후 판단부터 실험 후 정부의 대응 체계는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한 우려가 사실임을 여실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사전 징후 판단부터 오류를 드러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예고한 3일 “협상용”이라며 “실험을 하더라도 4∼6주 내에 실시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국정원은 북한이 핵실험 사실을 발표하기 30여 분 전까지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현재로서는 핵실험 동향이나 징후가 없다”고 보고해 빈축을 샀다.
핵실험 장소를 두고도 오락가락했다. 국정원은 9일 핵실험 장소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라고 발표했다가 오후에 무수단리에서 48km 떨어진 김책시 상평리로 수정했다.
핵실험을 최초로 감지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엉뚱한 장소를 찍기는 마찬가지였다. 핵실험 나흘 뒤인 13일 함북 화성군으로 진앙을 수정했다가 15일에는 함북 길주군으로 다시 바꿨다. 연구원의 수정 발표 위치는 핵실험 첫날 미국 지질조사국 및 일본 기상청이 지목했던 곳과 거의 일치하는 지역이었다.
북한 핵실험 직후 미국은 첩보위성과 WC-135 특수정찰기를 동원해 구체적인 실험장소 확인 및 방사능 탐지에 나섰지만 방사능 관측 장비가 없는 한국에서는 핵실험의 진위를 두고 각종 억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대북 정보감시 수단=두 달 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부터 이번 핵실험까지 정부 대응이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북한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북 정보력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부분적인 수단’밖에 없다고 털어놓는다.
부분적인 대북 감시수단은 북한의 신호 정보와 영상 정보를 각각 수집하는 ‘백두’와 ‘금강’ 정찰기 몇 대와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대북 감청부대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런 감시 수단으로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징후 같은 고급 전략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목적 인공위성 아리랑2호가 7월에 발사됐지만 한반도를 24시간 감시하기 위해선 최소한 4기의 인공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미국의 KH-12 정찰위성은 가로세로 10cm인 물체까지 정밀 촬영할 수 있지만(해상도 10cm) 아리랑2호의 해상도 1m에 불과하다.
▽재래식 전력을 전제로 한 전시작전권 환수는 의미 없어=정부의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은 ‘능력 충족’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다목적 위성 발사와 함께 조기경보기 도입 추진으로 조만간 대북 정보감시 능력을 갖추게 되고 이지스급 구축함, F-15K 전투기 도입 등으로 정밀타격 능력도 크게 향상되기 때문에 2012년까지 환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도입할 정보수집 수단으로는 미국에 의존해 온 전략정보 수집 능력을 완전히 보완할 수 없으며 특히 북한 핵실험으로 환수에 대한 전제 자체가 깨졌다는 지적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핵과 화생방무기 등 북한의 비대칭 위협이 현실화된 만큼 재래식 군사력 균형을 전제한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며 “오히려 미국의 핵우산이나 국제사회의 대북 억제력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는 쪽으로 SCM의 논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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