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양양 北유엔대표부 “우리과학자 축하해줘야” 영어홍보

  • 입력 2006년 10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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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웃는 北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9일 “핵실험 성공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만면에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혼자 웃는 北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9일 “핵실험 성공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만면에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한반도를 소용돌이로 몰아간 핵실험을 강행한 다음 날 북한은 노동당 창건 61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였다. 반면 관영 언론매체들은 핵실험에 대한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한편 9일(한국 시간 10일) 미국 뉴욕에서 만난 북한 고위 외교관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핵실험에 잔뜩 고무된 표정이었다. 핵실험 정당화 논리를 펼치며 홍보전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 내부=조선중앙방송은 “이른 아침부터 수도 평양과 신의주, 함흥, 강계시를 비롯한 각도 소재지의 거리거리는 화려한 명절일색으로 단장돼 있었고 끝없는 경축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영 매체들은 이날 오후까지도 별다른 기념행사 소식을 보도하지 않으며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다 밤부터 관련 보도를 본격적으로 했다.

그러나 올해 당 창건 기념행사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인 6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해보다는 상당히 축소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행사도 보도되지 않았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0일 핵실험 관련 보도는 하지 않고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일심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김 위원장이 한 달 전쯤 평양시민들에게 핵실험을 예고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9월 8일자 노동신문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직후 긴장돼 있는 상황에서 “동무들, 이제는 고생 끝에 낙을 보게 되었소. 여명이 밝아오고 있단 말이오”라고 말하며 핵실험 강행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유엔 본부=9일 유엔 총회 제1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유엔 본부에 들른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박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핵실험에 대해 사악하고 쓸모없는 결의나 의장성명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을 축하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핵실험 사실을 공식 발표한 9일 조선중앙통신의 발표문을 영어로 번역한 문서를 유엔 본부 기자실 주변에 갖다 놓으며 이례적인 홍보 감각을 선보였다.

그러나 북한대표부는 추가 핵실험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박 대사는 ‘추가 핵실험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뒤 “우리는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동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입’ 역할을 해 왔던 한성렬 차석대사도 같은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한 차석대사는 조만간 뉴욕 근무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다.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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