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시장으로… 해외로… 농촌으로…

유력 대선 주자들이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며 본격적으로 차별화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대구 방문을 첫 공식 일정으로 ‘통일 여성 대통령’ 이미지 띄우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행보는 ‘정책 대통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건 전 국무총리도 서민 속으로 파고들며 손에 ‘흙’을 묻히기 시작했다.

▽아버지 고향 찾은 박근혜=박 전 대표는 4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의 아케이드 기공식에 참석했다. 대표 직에서 물러난 뒤 첫 공식 일정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서 시작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개발경제 계승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내내 “경제 살리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이 정권은 마이동풍이며 우리나라도 벼랑 끝에 있다”며 “경제 살리기는 정권 재창출 없이는 불가능하다. 반드시 정권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호소에 서문시장 상인들과 주변 사람들은 크게 호응했다. 수십 명의 지지자가 ‘박근혜’를 연호했고, 몰려든 시민들이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그는 이달 하순 독일을 방문한다. 박 전 대표 측은 패전 분단국에서 경제대국과 통일국가를 이뤄낸 독일 방문에 의미를 부여한다.

▽해외 정책투어 나서는 이명박=이 전 시장은 10월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자원 보유국들을 방문해 한국의 미래 활력에 대한 구상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10, 11월 두 달 동안 국내외를 오가며 7, 8개국을 테마별로 방문할 예정이다. 정책 비전의 콘텐츠가 확실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행보다.

중동 중앙아시아 방문에선 에너지 비전을, 독일을 포함한 서유럽 순방에선 물류 비전과 통일 비전을 담아 온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과학기술, 인도에선 정보기술(IT)과 금융에 대한 정책 탐방을 할 예정이다. 방문지마다 테마에 맞는 전문가 및 당국자들과 토론회를 열고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이 전 시장 측은 “해외 순방에서 얻은 각종 콘텐츠를 활용해 구체적인 정책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중과 거리감 좁히기 나선 고건=고 전 총리는 대중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섰다.

관료 출신인 데다 정당 소속이 아니어서 다른 주자들에 비해 대중과의 간격이 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일 ‘희망한국 국민연대’ 출범 이후 첫 민생 행보로 충북 충주의 유기영농조합인 ‘장안농장’을 방문해 채소 심기와 수확, 포장 등의 과정을 체험했다.

고 전 총리는 5일 성균관대에서 열리는 취업박람회장을 찾아 대학생들과 청년실업 해소 방안에 대한 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고 전 총리 측은 “현장 민심 속으로 파고들어 서민, 젊은 층이 필요로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대구=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