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파문에 문광위 곤혼…게임정책 실패 책임론

  • 입력 2006년 8월 31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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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사행성 성인오락게임 '바다이야기' 파문에 휩싸여 곤혹스런 모습이다.

문화관광부의 게임정책 실패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문화부를 감시 견제해야 할 최일선의 문광위 일부 위원들의 연루설까지 제기돼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광위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을 지낸 A 씨가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31일 제기되면서 문광위는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검찰은 이미 A 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조만간 본격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문광위원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여야 문광위원들과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문광위가 국민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히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국전자게임사업자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미국 게임박람회를 다녀 와 물의를 빚고 있는 문광위 소속 열린우리당 김재홍,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국회 윤리위에 제소될 위기에 처했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이 전날 윤리위 제소 불가피 입장을 밝힌 뒤 관련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바다이야기 파문 연루 의혹이 나도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여야 구분없이 당내에서 자체 징계론과 감찰론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싸늘하다.

당사자들은 "의혹이 있다면 당을 떠나 국회 차원의 조사가 있어야 한다"며 적극 응할 태세다.

김 의원의 경우 여당 내부에서 윤리위 제소와는 별개로 자체 징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한나라당 역시 홍준표 의원이 "바다이야기 사건과 관련해 거론되는 당내 인사들에 대해 감찰을 실시하고 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하라"고 당 지도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물론 이들 문광위원 외유의 공식출장 여부를 놓고는 문광위 내부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문광위원장이었던 열린우리당 이미경 의원 측이 "두 의원의 미국행이 문광위 차원의 공식 해외시찰은 아니었다"고 해명한데 대해 한나라당의 한 문광위원은 "두 의원이 위원장이 모르는 출장을 갈 수 있었겠느냐. 위원장실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비단 문광위원들뿐 아니라 일반 의원들에게도 바다이야기의 불똥이 튈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파란은 더욱 거셀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실패에서부터 권력층 연루의혹 등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여야 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의 첫 '희생자'가 되는 등 부메랑의 타격을 받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분위기도 여의도 주변에 감돌고 있다.

특히 그동안은 여권 인사들의 명단이 주로 거명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름도 제법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권오을 의원은 처남인 배모 씨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안동에서 바다이야기 오락실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이밖에 한나라당에선 문광위 소속 A의원과 부산 출신 B의원이 친인척들의 바다이야기 연루 의혹을 받고 있고, 중진의 C의원은 게임업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설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인 한나라당의 모 중진의원은 "분위기가 흉흉하다. 검찰 주변에서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도 다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사안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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