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제 선점’ 盧대통령 의중 반영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코멘트
“복지국가로 가겠다는데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고…. 하지만 2030년을 보고 짠 계획이라는 게 현실성이 있을 수 있겠어요? 재원(財源) 마련 방안도 뾰족한 게 없고….”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전 2030’ 보고회의를 지켜본 뒤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털어놨다.

당초 23일로 예정됐던 비전 2030 보고회의가 1주일 늦춰진 것은 여당의 반발 때문이었다. 열린우리당은 2030년까지 1100조∼1600조 원의 막대한 돈이 드는 비전 2030이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여당의 반발에도 청와대와 정부가 보고회의를 강행한 데는 노 대통령의 확고한 결심이 있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정파를 초월해 장기 국가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그러나 여당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민관(民官) 합동 보고 형식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 2030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이를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미래 과제에 대한 정치적 이슈를 선점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 대통령은 2월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가 펴낸 400쪽짜리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 보고서를 보고 “내가 본 정부 보고서 중에서 가장 잘 정리된 것”이라고 극찬하고 모두 읽어 보도록 권한 바 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당시 발표된 보고서의 내용이 비전 2030에 대부분 녹아들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비전 2030에는 노 대통령의 속내가 충실히 반영돼 있는 셈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꺼낼 ‘복지 이슈’의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있다. 비전 2030에 반발하는 세력을 ‘성장만 추구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여 정치적 대결구도를 만들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