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 전문가 분석

  • 입력 2006년 8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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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 등 동북아 패권주의에 대한 경계, 대화와 관용의 원칙을 통한 분열 극복과 국민 통합의 강조로 요약된다. 하지만 ‘전시작전권 환수가 헌법정신에 맞는다’는 등 몇 가지 발언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시작전권 환수 안 하면 헌법정신에 위배’=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나라의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 및 ‘국군통수권에 관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 상태를 바로잡는 일’로 규정했다.

이는 6·25전쟁 당시 국회 동의 없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이 이양된 것과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이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는 게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시작전권을 헌법상의 군 통수권과 등치시켜 ‘주권’의 문제로 해석하면서 위헌 소지를 제기한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는 지적이 정부 내부와 학계에서 나온다. 군 통수권의 하위 개념으로 군 지휘권이 있고, 군 지휘권의 일부가 전시작전권인데 이를 통째로 묶어 하나로 본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군 통수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며 현재도 그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며 “전시작전권은 군사적 효율성의 측면에서 한미연합사령관에 위임돼 있을 뿐 위임 그 자체에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패권주의 경계’=노 대통령은 이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유발한 열강들의 패권주의를 거론하고 “동북아에는 지금도 과거의 불안한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역평화와 협력 질서를 위협하는 패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패권주의 경계’를 통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비판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북한에는 ‘화해와 용서’를 얘기하면서 동북아의 안정을 깨뜨리는 것은 ‘열강의 패권주의’라고 지적하는 건 대북압박 노선을 밀어붙이는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호섭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패권주의와 자주를 연계한 발언은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자주권을 침해했다는 맥락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말했다.

▽‘대화와 관용, 규칙의 존중’=노 대통령이 이날 역설한 전시작전권 환수와 동북아 패권주의 등 한국을 둘러싼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로 ‘대화와 관용’을 통한 분열 극복과 국민 통합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대화와 관용’보다는 ‘반목과 편 가르기’가 심화됐고, 최근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에 대한 인사 청탁 논란 등에서 나타나듯 정권 핵심 스스로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화와 관용, 규칙을 강조하는 것은 좋으나 최근 노무현 정부가 비판적인 목소리에 대해서는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은 문제”라며 “반대세력에 대한 대화와 화해 포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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