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찾겠다 김정일’ 한달째… 왜?

  • 입력 2006년 8월 7일 03시 07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5일 미사일 무더기 발사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 때는 김 위원장이 발사 나흘 뒤인 9월 4일 “인공위성을 성공리에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10기 1차 대회와 정권 창건 50주년 기념행사(9월 9일)에도 참석했다. 최근의 행보는 과거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1994년 7월 8일 아버지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10년이 넘도록 단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매년 이날 자정을 기해 실시해 오던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도 걸렀다.

김 위원장은 2003년 2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직후 50일, 2001년 9·11테러 직후 26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미국과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은둔하는 패턴을 보인 적이 있긴 하다.

대북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의 은둔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로 세 가지 가능성을 추론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 및 국제사회의 압박과 수해 등 내우외환 속에서 내부 동요를 막고 미사일 문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신경을 쓰느라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세 관망을 위한 의도적 잠행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추론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미국의 전쟁 위협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반미의식을 고취하고 있는 데서도 이런 추론이 가능하다.

둘째, 김 위원장이 현 상황을 ‘국가 위기’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그가 현실적인 신변 위협을 느껴 잠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 위원장이 암살 위협을 느껴 경호 문제에 심혈을 기울여 온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사일 발사 후 평양을 방문했던 미국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침공 가능성을 믿고 있으며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며 평양의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셋째, 와병설도 흘러나온다. 과거부터 심장병 치료를 받아 온 김 위원장이 최근 악화된 정세 탓에 심장병이 재발했다는 설과 당뇨가 있고 신장이 좋지 않아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추측 등이 나온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4월 “김 위원장이 1월 중국 방문 시 비밀리에 베이징(北京)에 있는 우주센터 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매년 반드시 참석하던 김 주석 사망일 추모식에도 불참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에도 가끔씩 참석해 왔지만 올해는 4월 11일 개최됐기 때문에 당분간은 기회가 없다. 외국 정상과의 면담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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