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폭우 피해로 8·15축전도 취소

  • 입력 2006년 8월 1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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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일 최근의 홍수 피해 때문에 14~16일 평양에서 열 예정이었던 '8·15통일대축전' 행사를 취소한다고 남측에 통보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이날 남측위원회에 팩스를 보내 "북측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를 복구하기 위해 많은 인민들이 동원됐다"며 "큰 물 피해(홍수)로 인해 북과 남의 인민들이 다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에 행사를 개최할 수 없다는 데 견해를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는 지난 달 30일 남측위에 "홍수 피해 때문에 아리랑 공연을 내년 봄으로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남북 당국간 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 민간 행사인 8·15통일대축전까지 취소됨에 따라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8·15통일대축전 행사를 취소한 게 (미사일 발사에 이어) 추가로 상황을 악화시키려는 조치는 아닌 것 같다"며 "북측이 홍수 피해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쌀 차관 제공과 비료 지원을 중단키로 했으나, 이번 북한의 홍수 피해를 계기로 국제구호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지난달 결렬된 제19차 남북 장관급 회담 이후 사실상 중단된 남북 당국간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홍수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북측과 대화를 시도해보겠다는 것.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달 15~16일 평안남도 신양군과 양덕군에 18시간 동안 448㎜의 폭우가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 평양방송은 지난달 24일 "평양시의 수많은 양수장이 물에 잠겼고 물길(수로) 강 하천 둑 전력 공급망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대북 지원단체인 '좋은 벗들'에 따르면 북한에선 이번 홍수 때문에 3000여 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평양에서는 16년 만에 대동강이 넘쳐 대동강변에 있는 냉면 식당인 옥류관에 물이 들어찼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수재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국내 통행증 발급을 일시 중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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