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무총리실은 김 부총리의 거취에 대해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며 말을 아껴 왔다.
한 총리는 31일 오전 11시경 총리비서실장과 의전비서관에게도 알리지 않고 청와대를 찾아 휴가 중인 노무현 대통령과 김 부총리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이어 한 총리는 사적인 점심 약속을 마치고 오후 2시경 총리실로 돌아와 최측근 몇 명만 불러 핵심 참모 회의를 연 뒤 김석환 총리 공보수석비서관을 통해 1일 총리의 입장 발표가 있으며 여기에는 “법에 명시된 (총리의) 모든 권한이 포함될 수 있다”고 공개했다.
헌법 87조 3항에는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국무총리가 특정 국무위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해임건의권’까지 거론하며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앞서 한 총리는 지난달 30일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 김한길 원내대표와 접촉해 김 부총리 문제와 관련한 당 안팎의 여론을 청취했다.
결국 한 총리는 김 부총리 문제가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당과 청와대를 오가며 ‘적극적인 조율사’ 역할을 한 셈이다.
이날 청와대 면담 직후 한 총리의 핵심 참모 회의에서는 ‘1일 총리 입장 발표’를 미리 공개하지 말고 당일 열리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김 부총리의 해명 등을 들어본 뒤 판단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 총리가 이를 물리치고 언론에 이 사실을 공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총리가 1차적으로 그동안 김 부총리 사퇴 불가 방침을 고수해 온 청와대의 입장을 고려해 대신 해결사로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한 총리의 역할을 적극 부각시키면서 그동안 ‘얼굴 마담이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을 받아온 한 총리를 ‘책임 총리’로 각인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는 관측이다. 한 총리는 김 부총리 임명 과정에서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일부 비판이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리실 관계자는 “청와대보다는 한 총리가 적극적으로 뛰었다. 그동안 당과 지인, 언론 등 온갖 경로를 통해 김 부총리 문제에 대한 보고와 정보를 종합해 왔다”며 “한 총리가 이미 마음의 방향을 잡고 있으며 1일 국회 교육위 상황은 큰 변수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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