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딱한 北

  • 입력 2006년 7월 3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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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으로 TV 방송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던 A 씨는 “남쪽 여성들이 외모는 예쁘고 세련됐지만 마음씨는 북쪽 여성들만 못하다”는 말을 종종 했다. 헌신적으로 남자를 받드는 것이 여성의 미덕이었던 전통이 남쪽에선 사라져가고 있어 아쉽다는 얘기였다. 북에 ‘남존여비(男尊女卑)’의 풍조가 지금껏 남아있다면 김일성-김정일 세습 과정에서 가부장적 질서가 강조된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27일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북한 선수들이 오심(誤審)에 항의해 이탈리아 여자 주심에게 발길질을 하고, 물병을 던지는 소동을 벌였다. 판정이 석연치 않아 억울해할 만도 했지만, 미사일 발사로 ‘호전적 국가’로 몰려있는 판에 이미지만 더 나빠지고 말았다. 노동신문은 30일 사설에서 “선군(先軍) 혁명 영도를 받드는 것은 여성의 성스러운 사명”이라고 했다. 여성도 군사훈련을 받는 게 북의 현실이다. 여자축구 선수들도 군사문화에 젖은 것일까.

▷28일 말레이시아에서 폐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했던 백남순 북 외무상은 철저하게 ‘왕따’를 당했다. 각국 외교장관이 의례적 악수를 나눌 때조차도 그에게 손을 내미는 장관은 없었다. 오죽하면 북의 최대 우방인 중국의 리자오싱 외교부장마저 그를 못 본 체했겠는가. 국제사회의 만류를 뿌리치고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대가를 북은 톡톡하게 치르고 있는 셈이다.

▷북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6자회담 복귀 요청에 대해 ‘미국의 제재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인 2400만 달러의 동결 해제가 회담의 전제조건’이라고 우긴다. 외교적 고립의 선택에 따른 손실을 합리적으로 계산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우리 정부가 지원을 유보한 쌀 50만 t과 비료 10만 t, 경공업 원자재만 해도 10억 달러가 넘는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하면 살길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고사(枯死)의 길로 가겠다는 것인지 옹고집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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