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心’은 北 이해?…靑 “미사일 누구를 겨냥한 것 아니다”

  • 입력 200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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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 기조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북측 입장을 수긍하는 듯한 노무현(사진) 대통령의 태도와 맥을 같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청와대가 9일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 명의로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가) 어느 누구를 겨냥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안보 차원의 위기가 아니다”고 강변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국내 안보에 위협적 요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정상적 군사훈련의 일환’이라는 북측 논리에 동조하는 것처럼 비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종종 북측 입장을 이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5월 29일 재향군인회 신임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는 ‘북핵 개발은 선제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앞서 2004년 11월 미국 방문 중 로스앤젤레스 교민 간담회에서 “북한이 자위적 수단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에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노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유가 반드시 누구를 공격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발언은 ‘미사일 발사가 어느 누구를 겨냥한 것도 아니었다’는 9일자 청와대 브리핑과 유사하게 들린다.

북한 측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노 대통령의 발언엔 미국과 일본이 아닌 한국 정부가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듯하다. 북한 미사일 사태와 관련해 북한에 강경한 미국 일본과 한국 정부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입장은 자칫 북한 실상을 북한의 눈으로 보자는 ‘내재적(內在的) 접근법’에 빠져 자칫 북한 논리에 치우쳐 안보 위기를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사일 발사가 안보 차원의 위기가 아니라는) 대통령홍보수석실의 반응이 나온 가운데 계속되는 노 대통령의 침묵은 ‘미사일 발사가 자위권 행사’라는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이는 한미일 공조의 불협화음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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