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국민생활체육協 새 회장 이례적 승인거부

  • 입력 200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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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10일 국민생활체육협의회(생체협) 새 회장으로 선출된 한나라당 이강두(69·사진) 의원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

정부가 체육 유관 단체장의 취임 승인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이례적인 승인 거부에 대해 이 의원과 생체협, 한나라당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 선출에서 승인 거부까지

1991년 창립된 생체협의 발족에는 당시 박철언 체육청소년부 장관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체협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민간단체’이지만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운영비의 대부분을 지원받고 있다. 올해 지원받는 금액은 전체 169억 원으로 전체 인건비와 사업비 182억 원의 93%에 달한다.

이처럼 지원을 받다 보니 역대 생체협 회장은 여권 인사가 맡아왔다. 초대 회장은 최일홍 전 체육부 차관이었으며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후에는 엄삼탁(전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전 병무청장이 회장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사법 처리되면서 10월 사퇴했다. 생체협은 이후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회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모를 거쳐 대의원 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토록 했다.

6월 7일 후보 마감결과 이번에 선출된 이 의원 외에 배종신 전 문화관광부 차관,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 등 6명이 응모했다.

추천위는 이 중 이 의원과 배 전 차관으로 복수 추천했으나 문화관광부는 이 의원의 추천은 정치적 중립 규정에 어긋난다며 재추천할 것을 요구했다. 이 상황에서 배 전 차관은 사퇴했고, 협의회 측은 6월 26일 대의원 총회를 열어 전체 대의원 150명 중 138명이 참여해 123명의 찬성으로 이 의원을 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김명곤 문화부 장관은 10일 “특정 정당의 당적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단체의 회장을 맡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승인 거부 결정을 내렸다.

생체협이 실질적인 선거를 통해 회장을 선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정권이 내정인사를 추대하는 식이었다.

회장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은 총 150명. 전국종목별연합회 정회원단체 40개가 각각 2명씩 추천한 80명과 16개 시도협의회가 각각 2명씩 추천한 32명, 기타 시군구협의회 대표 38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대체로 친여당 성향을 띠지만 중앙 권력에 예속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 정부는 왜 승인을 거부했나

김명곤 장관은 “생체협은 사단법인이지만 인건비와 사업비 대부분을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지원받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산하기관에 대한 행정지도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부의 결정은 여당 국회의원은 되고 야당은 안 된다는 편파적 발상”이라며 “법적 소송을 불사할 것이며 회원 단체 및 동호인들의 집단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할 명분이 없다”고 반발했다.

한나라당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최구식 의원 등 6명의 의원은 김 장관의 브리핑이 끝난 뒤 브리핑실을 찾아와 “정부의 이번 조치는 상식에 반하는 조치이며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비난했다.

각종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여야의 현역의원이 13명(여당 7명, 야당 5명, 무소속 1명)이나 되는데도 유독 생체협만 안 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생체협 측도 반발이 거세다.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정말 민주적이었다. 이 의원을 회장으로 선출한 것은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라 10년 넘게 전국게이트볼연합회장으로 열심히 한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며 “정부의 승인 거부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생체협이 전국적인 망을 갖춘 거대 조직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승인 거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들이 ‘딴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전 창 기자 jeon@donga.com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아마추어로 스포츠를 즐기는 동호인들의 전국 연합체다. 52개 전국 종목별연합회와 16개 시도협의회, 234개 시군구협의회 등을 거느린 조직으로 현재 동호인 클럽 7만1236개, 동호인은 180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 생체협 측의 설명이다.

52개 종목별 연합회 중 축구 등 40개 종목은 정회원으로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대의원을 추천할 수 있다. 수영 등 6개 준회원 단체와 전통무용 등 6개 인정단체는 대의원 자격이 없다.

정치인 체육단체장
단체이름비고
대한체육회장 대한태권도협회장김정길취임 당시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대한핸드볼협회장김한길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대한농구협회장이종걸
대한배구협회장 전국배구연합회장장영달
전국택견연합회장문학진
전국궁도연합회장양승조
대한장애인체육회장장향숙
한국배구연맹 총재김혁규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신상우열린우리당 상임고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박재호열린우리당 17대 총선 출마
대한사이클연맹회장임인배한나라당 국회의원
전국게이트볼연합회장이강두
전국생활체조연합회장홍문표
전국라켓볼연합회장김영선
재단법인 한국기원 총재한화갑민주당 국회의원
대한축구협회장정몽준무소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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