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행정도시 약발’ 더 안통했다…한나라 박성효 역전드라마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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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냈습니다” 한나라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가 1일 새벽 대전 서구 둔산동 선거 사무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다가 근소한 차로 당선이 유력해지자 기뻐하고 있다(위). 무소속 김태환 제주지사 후보가 이날 새벽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대전=안철민  기자·제주=박경모  기자
“해냈습니다” 한나라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가 1일 새벽 대전 서구 둔산동 선거 사무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다가 근소한 차로 당선이 유력해지자 기뻐하고 있다(위). 무소속 김태환 제주지사 후보가 이날 새벽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대전=안철민 기자·제주=박경모 기자
충청권에서는 ‘박근혜 효과’가 두드러진 데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약발’이 떨어진 듯했다.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우위를 보였던 충남북 광역단체장에 이어 선거 직전까지 열세였던 대전시장까지 승리가 유력해졌다. 그러나 기초단체장 선거는 세 지역이 제각각으로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박근혜의 승리?=열린우리당 염홍철 대전시장 후보는 선거 초반에는 현직 프리미엄을 업고 45%의 지지율을 보이며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박 후보는 5월 23일 실시한 본보 여론조사에서도 14.4%포인트를 염 후보에게 뒤졌다.

그러나 유세 도중 테러를 당한 한나라당 박 대표가 병원에서 “대전은요?”라며 대전시장 선거 승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박 대표가 선거를 이틀 앞둔 29일 퇴원하자마자 대전으로 직행하면서 대전 지역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염 후보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됐다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의 국회 처리를 둘러싼 논란 와중에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꾼 바 있다.

31일 오후 6시 방송사의 출구조사에서는 일단 박 후보가 염 후보를 2∼2.2%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개표가 진행되면서 두 후보는 피 말리는 ‘계가(計家)’ 싸움을 벌였다. 초반 개표 결과는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와 비슷하게 나왔다.

오후 8시 20분 유성구 노은동 노은초등학교 유성구 개표소에서 부재자 투표가 집계되면서 박 후보가 5%포인트 차로 앞서 가자 염 후보 측은 “이럴 수가…”라고 말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후 8시 40분 개표율 8%대에 이를 때까지 박 후보는 3.8%포인트 차로 염 후보를 따돌렸다.

박 후보 측의 기쁨도 한순간, 염 후보는 오후 9시 35분경 박 후보를 바짝 쫓았고 두 후보의 차는 1.8%포인트로 좁혀졌다. 그러더니 10분 뒤 염 후보 측이 “와, 역전이다”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대덕구 개표소에서 처음 집계한 부재자 투표에서 43.7% 대 38.7%로 염 후보가 박 후보를 누른 것.

이 순간도 오래가지 못했다. 오후 9시 50분 대덕구 투표소에서 부재자 투표 집계가 끝나자 박 후보가 46표 차로 염 후보를 다시 눌렀고 오후 10시가 넘어 개표율 17%대에 이르자 박 후보와 염 후보의 득표율 차는 3.3%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이후 두 후보의 격차는 4.5%까지 더 벌어졌다가 다시 3.2%로 좁혀지는 등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초박빙의 접전을 벌였다.

1996년 총선에서 대전 서을 지역에 출마해 출구조사에서는 이기고도 최종 개표 결과에서 패배했던 염 후보 측은 “투표함을 모두 열어봐야 안다”며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대전시장 선거를 놓고 초박빙의 접전이 벌어졌지만 5개 구청장 선거에선 일찌감치 한나라당 후보들이 우위를 지켰다. 2004년 총선 때는 열린우리당이 대전의 지역구 6곳을 독식했었다.

▽그래도 복잡한 충청권=한나라당은 충남지사와 충북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3파전으로 치러진 충남지사 선거에선 한나라당 이완구 후보가 40%대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반면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의 열린우리당 오영교 충남지사 후보는 국민중심당 이명수 후보에게도 밀렸다.

충북지사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가 6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정무부지사 출신의 열린우리당 한범덕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기초단체장 선거 양상은 또 달랐다. 충남에선 1일 0시 현재 국민중심당이 공주시 금산군 논산시 청양군 등 6곳에서 1위를 달렸다. 한나라당은 천안시와 부여군 등 6곳에서 승리를 굳혔고, 열린우리당은 서천군과 태안군 등 4곳에서 승리하는 등 세 정당이 혼전 양상을 보였다.

충북에선 음성군과 괴산군 증평군 등 3곳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해 눈길을 끌었다. 보은군 영동군 진천군 등 3, 4곳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가 1위를 달렸다. 한나라당은 전반적으로 높은 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공천 잡음 탓인지 청주시 충주시 제천시 청원군 등 4, 5곳에서만 우위를 지켰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대전=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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